매일신문

[사설] 美國보다 더 휘청거린 '냄비 경제' 韓國

역시 한국 금융시장이 가장 크게 요동쳤다. 월가 쇼크로 어제 코스피 지수는 90포인트(6.1%)나 떨어져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쇼크의 진앙지인 미국과 일본의 4%대 하락에 비해 더 심한 몸살을 앓은 것이다. 환율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하루 만에 50.9원이나 올랐다. AIG보험의 경우 국내 가입자는 피해가 없고, 미국의 양대 투자은행이 도산을 해도 한국에는 크게 불이익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는데도 상대적으로 더 크게 휘청거린 것은 문제다.

우리는 여기서 한국경제의 취약성을 다시 한번 짚어봐야 한다. 먼저, 떠오르고 있는 신흥시장 중에서 한국이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하고 한국만큼 쉽게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이다. 엄청난 자금이 자유롭게 들어왔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니 금융시장은 열탕'냉탕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로 자금줄이 막힌 국내 은행은 당장 대출 문턱부터 높이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부도 위기에 떨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니 불안 심리는 더욱 확산된다. 주택담보대출은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훨씬 덜 부실한데도 자금 사정 악화로 한국 부동산 시장이 먼저 붕괴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돈다. 정부가 어떤 경우에도 부동산 시장은 지켜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금융위기는 미국식 금융자본주의의 맹점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다. 안타깝게도 한국경제는 미국식 자본주의를 답습하고 있다. 이제 마지막 남은 대형 투자은행은 모건 스탠리와 골드만 삭스뿐이다. 이들도 상업은행들과 합병하지 않으면 조만간 무너진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월가의 후폭풍은 훨씬 더 깊고 장기화될 것이다. 정부는 한국이 더 이상 '냄비 경제'의 전형이 되지 않도록 '안전판'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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