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뮤지컬 '맘마미아' 무대 뒤 이야기

체육복 차림 수다 많이 떨죠…긴장 풀리고 공연도 더 잘돼요

▲ 공연 시작 15분 전, 배우들과 연출진이 한데 모여 구호를 외치며 의지를 다지고 있다.
▲ 공연 시작 15분 전, 배우들과 연출진이 한데 모여 구호를 외치며 의지를 다지고 있다.
▲ 배우들은 공연 1시간 전까지 무대 화장과 가발 등 분장을 끝낸다.
▲ 배우들은 공연 1시간 전까지 무대 화장과 가발 등 분장을 끝낸다.
▲ 배우들이 공연 전에 이마에 핀 마이크를 착용하고 있다.
▲ 배우들이 공연 전에 이마에 핀 마이크를 착용하고 있다.
▲ 공연 중 배우들이 빠르게 의상을 갈아입을 수 있도록 무대 옆 간이 옷걸이에 의상을 미리 준비한다.
▲ 공연 중 배우들이 빠르게 의상을 갈아입을 수 있도록 무대 옆 간이 옷걸이에 의상을 미리 준비한다.

"백조 알지? 백조가 겉으론 폼나고 우아하게 떠 있지만 물속은 어떤 줄 알아? X나게 헤엄치고 있어." 11년 전 개봉한 영화 '넘버3'에서 태주(한석규)가 한 말이다. 거칠게 비유하자면 무대 뒤 풍경도 그렇다. 관객들이 편안하게 앉아 감상하는 동안, 무대 뒤에서는 피말리는 전쟁이 벌어진다. 커다란 무대와 화려한 조명 뒤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대형 뮤지컬 '맘마미아'의 무대 뒤를 들여다 보기로 했다.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31일까지 40일 동안 계속되는 '메가히트' 작품이다. 출연배우들도 28여명에 이르고, 화려한 의상과 경쾌한 춤이 거기에 있다. 친숙한 아바의 노래는 귀에 착착 감긴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무대 뒤 풍경을 따라가 봤다.

▶ 공연보다 긴 준비

지난달 28일 오후 맘마이아를 보기 위해 계명아트센터를 찾았다.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 20분. 공연 주관 기획사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무대 뒤편으로 들어갔다. 디지털 자물쇠가 달린 육중한 문을 열고 들어가니 긴 복도를 따라 자리잡은 여러 방들이 눈에 띈다. 상상 외로 공간이 넓다. 1층과 지하 1층으로 나뉘어진 무대 뒤편은 'ㅁ'자 형태로 개인분장실과 단체분장실, 의상실, 세탁실, 휴게실 등이 자리잡고 있다. 도나·타냐·로지 등 주인공인 '아줌마 3인방'은 개인 대기실을 사용하고 소피와 스카이·샘·해리·빌 등 주연급 조연들은 두 명씩 대기실을 쓴다. 앙상블은 남·여로 나뉘어 단체대기실을 이용한다.

희미한 조명이 켜진 무대 옆으로 들어갔다. 하드웨어를 맡은 스태프들은 벌써 공연 준비에 한창이었다. 음향·조명·무대 등 파트별로 공연 준비도 제각각이다. 음향팀은 스피커와 마이크 상태, 악기 등을 확인했고, 조명팀은 공연과 같은 상황을 가정하고 조명을 일일이 점검했다. 무대팀은 움직이는 세트와 막 등 상부장치를 점검하면서 실제 공연처럼 무대 전환을 시험했다. 막이 오르기 전, 모든 과정을 꼼꼼히 챙기고 확인하는 일은 무대감독의 몫이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김지명 맘마미아 무대감독을 만났다. 수염이 북실북실한 초로의 남성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30대 후반의 당찬 여성이다. 김 감독은 "나는 입만 있으면 된다"며 "무대감독은 전체적인 진행 상황과 준비, 배우들의 컨디션을 꼼꼼히 확인해야하기 때문에 세심한 여성에게 오히려 적합한 직업"이라고 했다.

배우들은 오후 6시쯤 대형버스로 공연장에 온다는 말에 주변을 더 둘러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의상실. 200여벌의 의상들이 이동식 옷걸이에 빼곡히 걸려있다. 10여개의 상자에는 여분의 무대의상이 가득 담겨있다. 의상팀은 그날 사용할 의상 손질에 여념이 없다. 뜯어진 부분은 재봉틀로 박고 다림질로 주름을 편다. 배우들이 땀을 많이 흘리지만 의상을 매일 세탁하지는 못한다. 원단이 약해 너무 자주 빨면 옷이 금방 해지는 탓이다. 대신 탈취제로 냄새를 없애고, 1주일에 한번 세탁한다. 분장실에는 가발과 분장용품이 정돈돼 있다. 배우 1명당 분장에 걸리는 시간은 15~20분. 16년 경력이라는 분장팀장은 "요즘 분장의 대세는 자연스러움이기 때문에 예전처럼 과도한 '쇼 분장'은 하지 않는다"며 "객석 중간에서 봤을 때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을 연출한다"고 했다.

▶ 말하면서 몸 풀어요

복도를 타고 흐르는 노랫소리를 따라 여자앙상블 대기실로 들어갔다. 살며시 문을 열자, 엎드려 책을 보며 노래하던 채유정(30)씨와 피아노를 치던 고정희(32)씨가 멈칫한다. "이 곡은 어떻게 고음처리를 하는지 불러보고 있었어요." 채씨가 답했다. "맘마미아는 앙상블의 평균 연령이 20대 후반에서 30대로 높은 편이에요. 아무래도 경험이 많을수록 무대에서 어떻게 에너지를 써야하는지 아니까 더 낫죠."

오후 6시를 넘기자 배우들이 공연장 옆문을 통해 우르르 들어왔다. 무대 조감독이 배우들을 향해 "피날레 포지션을 맞춰봐야 되니까 신발만 갈아신고 무대로 올라오라"고 소리쳤다. 배우들이 여유 부릴 시간은 없다. 부족한 파트도 맞춰보고 의상을 갈아입고 분장을 끝내야 한다. 포만감이 들면 노래 부를 때 힘이 들기 때문에 늦어도 공연 2시간 전에 식사를 마친다. 타냐 역을 맡은 전수경씨와 도나 역의 이태원씨, 로지 역의 이경미씨가 차례로 분장실에 들어왔다. 세 여배우의 공통점은? '수다로 목을 푼다'는 것. "분장을 하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면 워밍업이 많이 돼요. 맘마미아가 밝은 작품이기 때문에 무대에 오르기 전에 유쾌한 기분을 갖고 오르는 게 중요해요."(전수경) "컨디션이 좋으면 말로 몸을 풀고 나쁠 땐 노래로 푸는 편이에요."(이경미) 의상을 갈아입기 전까지 배우들은 대개 슬리퍼에 트레이닝복 차림이다. 무대 의상을 갈아입기 전까지 행동이 자유롭고 몸을 풀기에도 편하기 때문. 해리 역을 맡은 황만익씨는 "공연장에 올 때는 평상복 차림이었다가 공연장에 오면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고, 공연 끝나면 평상복을 입고 나간다"고 했다.

"공연 시작 1시간 전"이라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배우들은 공연 준비를 마치고 잡담을 나눌 시간이지만 무대팀은 본격적으로 신경을 곤두세울 시간이다. 무대 세트를 공연 전체 진행 과정에 맞춰 변환해보고 조명과 음향을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종 점검이 끝나면 1막의 첫 장면으로 무대를 세팅하고 소품을 배치한 뒤 공연 시작 30분 전 관객을 입장시킨다. 배우들도 이때부터는 숨을 죽인다.

▶ 무대 뒤에서도 흥겹다

공연시간이 닥치자 무대감독이 검은색 상의로 갈아입었다. 무대 뒤를 오가는 스태프들은 검은 옷을 입는 게 원칙이다. 관객들의 눈에 띌 수 있기 때문이다. 공연 시작 15분 전. 배우들과 연출진이 한자리에 모였다. "조만간 MT를 가려고 한다", "내일부터 00반점에서는 자장면을 못 시켜 먹는다"라는 소소한 공지가 나가고, 무대감독이 주의사항을 전했다. "어제 공연에서 소품인 와인 코르크 마개가 부러져서 와인을 마시지 못했어요. 손을 많이 타는 소품이고 건조하니까 부러지기 쉽습니다. 좀 더 조심해서 다룹시다." 무대에 오르기 전, 마지막 기합을 넣기 위해 다들 한데 손을 모았다. "여러분 모두 반갑고 사랑합니다. 사랑이 넘치는 맘마미아를 만듭시다. 맘마, 맘마, 맘마, 미아!"

배우들은 서로 격려하며 무대에 오를 준비를 했다. 오케스트라 밴드가 악기 조율을 시작한다. 무대 옆에 마련된 5개의 모니터는 음악감독과 객석, 무대 등을 비춘다. 적외선 카메라도 설치돼 있어 무대에 암전이 오더라도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다. 공연 20초 전, "휴대폰을 꺼달라"는 공지가 나가고 음악감독의 지휘에 맞춰 음향 감독이 "고"를 외쳤다.

무대 위 배우들의 긴장된 모습과는 달리, 무대 뒤 오프 코러스 부스는 아직 여유가 있어 보였다. 오프 코러스는 무대에서 주연급 배우들이 노래를 부를 때 앙상블이 코러스를 부르는 장소. 맘마미아는 음악 비중이 크기 때문에 보컬과 안무를 뒷받침하는 앙상블이 많고 역할도 크다. 5개의 오프코러스 부스는 음역과 배역 별로 나뉘어 있고 모니터와 마이크·헤드셋·악보가 준비돼 있다. 가장 비밀스런 장소는 무대 세트를 전환하는 오토메이션 부스다. 맘마미아 무대는 좌우 두 개의 벽면과 그 사이로 무대를 가르는 방파제 길로 이루어져 있고 14번 정도 움직인다. 오토메이션 장치는 무대를 자동으로 이동하는 장치. 작품의 제작 노하우가 담겨 있기 때문에 외부인에게는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

오프 코러스 부스와 함께 퀵 체인지룸도 무대 뒤 양편에 각각 1곳씩 있다. 퀵 체인지룸은 배우들이 공연 중에 의상을 갈아입을 때 사용한다. 각각 이름표 밑에 개인 물건들이 올려져 있는 것도 재밌다. 무대 위나 아래에서나 배우들은 음악에 몸을 맡기고 흥에 취했다. 맘마미아 삽입곡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며 원더걸스 춤을 추기도 한다. '점프, 점프!' 추임새도 재밌다. 그러다가도 코러스 장면이 되면 재빨리 부스에서 노래를 했다. 장면 전환을 위한 암전이 시작되면 노래를 하며 무대로 뛰어들어가 소품을 옮기고 재빨리 빠져나오기도 여러 번이다.

어느덧 20분간의 중간 휴식시간이다. 대기실로 자리를 옮기지만 숨돌릴 틈은 그리 길지 않다. 2막 준비를 위해 의상을 갈아입고 분장을 고쳐야하고 무대 옆에 대기해야 한다. 급한 용무를 해결하고 잠시 숨을 돌리는 정도다. 물안경을 고쳐쓰던 이수영(28·여)씨는 "대기실에서는 서로 격려도 하고 1막에서 틀린 부분에 대해 이야기도 나눈다"며 "오늘 공연에서는 남녀 파트너가 춤을 추다가 어깨에 턱을 부딪친 게 얘깃거리가 됐다"고 했다. 이윽고 마지막인 도나의 결혼식 장면. 스카이 역의 이창원씨와 소피 역의 김자경씨가 옷을 갈아입기 위해 황급히 무대 옆으로 뛰어나왔다. 불과 10여 초 만에 그 자리에서 옷을 갈아입고 다시 무대로 뛰쳐나갔다. 마지막 엔딩이 끝나고 피날레 장면이 되자 여주인공 3명 모두 무대 옆에서 그냥 옷을 갈아입었다. 미리 조감독이 '돌아보지 말라'며 주의를 줬다. 관객들의 환호 소리에 맞춰 마지막 인사를 하고 엔딩. 무대 뒤 여기저기서 '수고하셨습니다!' 인사 소리가 들렸고, 배우들은 옷을 갈아입자마자 버스를 타고 공연장을 떠났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사진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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