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재왕의 인물산책] 신재현 에너지자원협력대사

신재현(62) 에너지자원협력대사는 직함이 여러 개다. 한국전력 이사회 의장,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영남대 석좌교수, 에너지 대외직명대사 등 5가지이다. 에너지자원협력대사는 대통령이 위촉했고, 에너지 대외직명대사는 외교부장관이 임명했다. 대외직명대사란 민간인에게 대사의 대외직명을 부여해 정부의 외교 활동을 지원하도록 하는 것으로 활동하기에 따라 '대사 이상의 대사'라 할 수 있다.

신 협력대사의 행보를 보면 정말 대사 이상이다. 지난해 4월 협력대사로 활동을 시작한 이래 무려 15개국을 다녀왔다. 여기에는 이집트, 터키, 우즈베키스탄, 덴마크, 아이슬란드, 이란 등 석유자원 부국과 신재생에너지 선진국, 광물자원 부국이 망라됐다.

지난주에도 이란과 터키·우즈베키스탄을 다녀왔다. 이번으로 이란은 5번째, 터키는 6번째 방문이다. 그만큼 지인(知人)도 많이 늘었다. 마셔이 이란 부통령이 대표적인데 지난번 방문 때 요청으로 11일 방한한다. 이란 북서쪽 도시인 타브리즈를 방문했을 때는 연휴 시작임에도 주지사와 주정부 요인, 기업인 등 40여명이 출근해 그를 기다렸다. 한국 정부 인사로서는 이례적으로 거듭 방문해 자국에 관심을 표하는 그에게 큰 신뢰감을 보인 셈이다. "유엔 제재로 이란 투자가 쉽지 않지만 제재가 풀렸을 때 관계를 개선하려면 늦어요. 나처럼 몸이 가벼운 사람이 자주 다녀 그 나라 요인들과 관계를 좋게 해놓으면 장래 국익에 도움될 겁니다. 외국 투자가 끊겨 발전 산업과 기계 산업 투자 여지가 무척 큽니다."

마침 이란에도 한류(韓流) 열풍이 대단해 한국에 대한 이란 국민들의 인식이 좋다고 한다. 신라 해상왕 장보고의 일대기를 다룬 드라마 해신(海神)과 주몽이 방영됐고 요즘은 대장금이 방영되고 있는데 시청률이 무려 85%에 이른다고 한다. "페르시아제국의 후예로 대국인 이란이 한국에 대해 좋게 생각한다는 것은 참 다행입니다. 문화의 힘이 대단해요. 우리나라 석유 가스 사용량의 10%를 담당하고 있는 이란은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나라입니다."

신 협력대사는 이란에서의 이런저런 활동 결과를 정리해 이달 중순쯤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할 계획이다. 이란 지도의 일본해 표기를 몽땅 동해로 바꾸기로 한 일화와 나이가 비슷한 이란 검찰총장을 친구 삼았다는 무용담도 보고서에 담길지 모르겠다.

5월에 이집트에서 열린 중동경제포럼에 참석해 보고 신 협력대사는 깜짝 놀랐다. 미국 부시 대통령과 라이스 국무장관까지 참석하는 중요한 포럼인데 한국 대표는 자신이 처음이었다는 것. "최소한 장관급 이상은 참석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에너지와 관련한 매우 중요한 포럼인데 우리가 그동안 너무 등한시했어요."

신 협력대사가 이란과 함께 중요시하는 나라는 덴마크다. 신재생에너지 활용과 에너지 절약에 관한 한 덴마크를 배워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국회의장이 점심 약속장소에 가면서 20~30분을 자전거를 타고 갑디다. 낮 사무실 조명은 자연채광으로 모두 해결해요. 4층 이하 엘리베이터를 이용 안하는 것으로 에너지를 절약한다고 하는 우리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는 또 지열을 이용해 냉·난방을 해결하는 히트펌프에도 관심이 많았다. "북유럽 쪽에서는 히트펌프가 대유행입니다. 우리도 해방 후에 히트펌프를 사용했었습니다. 대구 송죽극장이 대표적이죠. 일본 후쿠다 전 총리도 히트펌프로 주택 냉·난방을 해결한다는 정책을 채택한 것으로 압니다. 우리나라도 적용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신 협력대사는 발전 설비 산업이 장래에 유망한 산업이 될 것이란 전망도 했다. "과거 발전 설비 산업을 한국중공업이 독점해 낙후됐어요. 개·보수해야 하는 발전설비도 많고 신기술이 많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전기보다 더 편한 에너지는 없거든요."

IMF 구제금융을 신청한 아이슬란드에 대한 인상도 무척 좋았던 모양이다. "아이슬란드는 인구 32만명에 국민소득이 5만4천달러나 되는 나라입니다. 망했다고 난리지만 은행이 망했지 나라가 망한 것은 아닙니다. 금융의 잘못은 금방 극복할 것으로 봅니다."

신 협력대사는 "요즘 얘기하는 에너지 안보, 에너지 주권이란 말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에너지 자원은 돈이 없어 문제일 뿐이지 물건은 항상 있습니다. 해외에 우리가 직접 자원을 개발한다고 과연 코스트가 쌀지 의문입니다. 5대 석유 메이저 회사 등 해외의 큰 자본과 협력해 자원을 개발하는 것이 더 현명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요."

자신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한전의 역할과 관련해 그는 "원자력발전 원천기술을 2012년이면 완전히 확보한다"며 "원전 기술은 우리가 프랑스 다음으로,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에 한전이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대구시가 세계에너지총회(WEC)를 유치한 것과 관련해서는 "이란 덴마크 터키 아이슬라드 등 몇 나라가 대구를 지원하도록 도왔다"며 "대구시가 국제대회를 유치한 것은 대단히 잘된 일로 한전 등 중앙 정부에서도 성공 개최를 돕도록 미력이나마 돕겠다"고 했다.

고령군 우곡면 출신으로 경북고와 서울대를 졸업한 신 협력대사는 후배들에게 '큰형님'으로 통한다. 시원시원한 성격에 보스 기질이 있는데다 후배들을 잘 챙겨줘 따르는 후배들이 많다.

그런 신 협력대사는 이명박 대통령을 무한 신뢰한다. "모르는 게 없고 열심히 일하니 성공할 겁니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면 빈 집에 소가 들어오는 줄 알았는데 왜 안들어오나 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어려운 시기에 이명박이 아닌 다른 사람이 대통령이었으면 어떠했을까 생각합니다. 국민들이 이 대통령이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와야지요."

최재왕 서울정치부장 jwchoi@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