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일 년에 딱 한번 먹는 그 맛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내가 어렸을 적엔 떡국을 일 년에 딱 한번 설날밖에 먹지 못했다. 순 쌀만으로 만든 떡국은 입 속에 넣자마자 없어져 버렸다. 우리 마을에는 방앗간이 없었다. 읍내에 있는 정미소에 가 가래떡과 인절미 만들 찹쌀을 빻아오려면 하루 종일이 걸렸다. 집에 와서 함지를 열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가래떡을 누나들과 한 토막씩 떼어먹을 땐 말 그대로 꿀맛이었다. 어머니는 떡 썰기 전에 다 먹겠다며 야단을 치셨다. 한 해는 설이 지나고 한 달 정도 지나서 잘 쓰지 않는 찬장 그릇 속에서 가래떡 두세 토막이 딱딱하게 말라서 발견되었다. 어머니께서 범인이 누구냐고 닦달을 해보면 누나들 중 누군가 나중에 몰래 먹으려고 감춰 두었다가 잊어버린 것이었다.

지금은 언제든지 시장에 가면 떡볶이가 있고 떡 꼬치가 있다. 하지만 어찌 그때의 갓 만들어 말랑말랑한 가래떡 맛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도시에 취업 나간 형님누나 모두 모여 부모님께 새해인사를 올리고 시끌벅적하게 떡국을 먹던 때가 그립다. 앞으로는 아들 딸 많이 낳아 정이 넘쳐나는 그 시절의 대가족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허이주(대구 달서구 성지로)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민의힘 내부에서 장동혁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구경북 지역 의원들은 장 대표를 중심으로 결속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신세계, 현대, 롯데 등 유통 3사가 대구경북 지역에 대형 아울렛 매장을 잇따라 개장할 예정으로, 롯데쇼핑의 '타임빌라스 수성점'이 2027년,...
대구 지역 대학들이 정부의 국가장학금 Ⅱ유형 폐지에 따라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으며, 장기간 등록금 동결로 인한 재정 부담이 심각한 상황이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