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시 도산면 온혜리 도산온천 입구에 자리한 슬래브 단칸집에 '천사 노부부'가 살고 있다. 6년째 안동고와 안동여고 졸업식을 찾아 장학금을 전달해 온 강규창(68)·조금남(65)씨 부부다.
강씨는 올해도 어김없이 안동고 졸업식장을 찾아 고려대에 합격한 김창한 학생에게 등록금에 보태라며 200만원을 전했다. 부인 조씨도 안동여고 졸업식장에서 안동과학대 간호학과에 입학하는 유현정 학생에게 200만원의 장학금을 건넸다.
이 부부가 지금까지 안동고와 안동여고에 전달한 장학금은 2천650만원. 모두 13명의 학생이 도움을 받았다. 안동고는 가정형편과 품성 및 성적으로 학생을 선정했고, 안동여고는 안동과학대 간호학과 합격생 가운데 가정이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돈 때문에 공부를 포기하는 아이들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일년 농사 지어서 두 노인네 먹고살고 남은 돈으로 학생 한 명이라도 도울 수 있다면 고마운 일이지요." 노부부의 자선에는 가슴 아픈 사연이 숨어있다.
9천900㎡(3천여평)의 밭농사로는 딸과 아들을 대학에 보낼 수 없었다. 맏딸 미숙씨는 안동여고 졸업 후 곧바로 취업을 했고, 맏아들 신호씨도 안동고를 나오자마자 군에 자원 입대했다.
미숙씨와 신호씨는 가난으로 중단했던 공부를 방송통신대학에서 계속하면서도 단 한 번도 부모를 원망하지 않았다. 특히 신호씨는 제대 후 경찰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의성경찰서에 근무하면서 오히려 부모님을 위로했다.
하지만 지난 1995년 6월 13일 교통사고로 맏아들 신호(사고 당시 26세)씨가 세상을 떠났다.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제대로 공부를 못시켰지만, 사회인으로 당당히 살아가는 게 대견했는데 그렇게 황망히 떠나다니요…." 노부부는 자식을 가슴에 묻은 한을 장학금 전달로 달래고 있다.
강씨는 "세상이 자꾸만 팍팍해지면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늘고 있지만 온정의 손길은 줄어들고 있다"며 "혹시라도 수박농사를 망쳐 학생들을 보살피지 못하게 될까 늘 걱정이다"고 했다. 이들 부부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경북도교육청과 안동고·안동여고·안동과학대는 감사패를 전달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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