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박타박/ 행상 나가신 어머니/ 날품으로 받은/ 짓무른 사과를 이고 돌아오는 길/ 미루나무 밑 길고 먼 길/ 개 짖는 소리 툭툭 건드리면서/ 해종일 마을에서 마을로/ 발등이 소복소복 부어올랐다/ 사과나무 꽃은 언제나/ 어머니 등 뒤에서만 아름다워서/ 꽃이 지는지 잎이 지는지…(하략)' -사과꽃은 저 혼자 피고- 중에서.
해 저문 뒤였으리라. 멀리 행상 나가신 어머니가 날품으로 받은 짓무른 사과를 이고 오실 때, 어린 나는 어두운 골목에 쪼그리고 앉아 엄마를 기다렸다. 함께 놀던 아이들은 제 어머니의 '저녁 먹어라'는 소리에 하나둘 집으로 갔고, 홀로 남은 나는 어둠 속에서 개 짖는 소리가 나기를 기다렸다. 개 짖는 소리 들리면 어머니가 종일 돌아다니느라 퉁퉁 부은 발로 집으로 돌아오시는 것이리라.
김채원의 시는 어머니와 아버지, 유년 시절 고향의 추억에 관한 것이다. 지금이야 그 시절이 그립고, 때로 얼굴에 언뜻 미소도 피지만 그 시절엔 틀림없이 상처였을 것이다. 시인은 어린 시절 아린 추억을 시라는 보석으로 다듬어내고 있다. 그래서 그의 시는 작가주의 시도, 참여시도, 실험적인 시도 아니다. 이번 시집에 묶인 김채원의 시는 차라리 '어른이 되어 쓴 그리운 어린 시절 일기'라고 해야 할 것 같다. 131쪽, 8천500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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