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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도구 관객 등 모두가 미술"…유리상자-허남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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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은 무엇일까? 대부분 사각의 액자 속에 그려진 회화를 떠올린다. 하지만 회화는 미술의 한 부분일 뿐이다. 엉뚱한 질문이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딱 부러지게 답하기도 어려운 질문이다. 미술을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대부분 작가는 그림을 그리고, 관객은 그림을 바라본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대구 지역 미술 전시는 이런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봉산문화회관에서 마련한 '2009 유리상자-아트스타' 네번째 기획전 '아트스타 미러 볼'(Art Star Mirror Ball)은 미술과 작가에 대한 고정관념을 거부한다.

사방이 유리로 둘러싸인 아트 스페이스. 이곳에서 네번째 '아트 스타' 허남준(34)은 거주(居住)형 설치아카이브를 선보인다. 쉽게 말하면 작가가 투명한 공간에서 보름 동안 생활하면서 마치 벌거벗고 그림을 그리는 해프닝처럼 자신의 일상을 모두 내보이는 실험적인 미술을 보여준다는 뜻이다. 작가 허남준은 직접 자신이 움직이는 오브제(화가)가 되어 오브제(화구)를 오브제(전시장) 위에 사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유리상자 자체는 물론이고 그 속에 들어있는 작가와 화구가 모두 미술의 주체이자 대상이 된다는 뜻.

거주형 전시에는 4가지의 무(無)개성적인 작업들이 포함된다. 첫째, 투명 비닐 위에 12가지 기본 색상의 아크릴 물감을 나이프로 밀어서 만든 작품(가로×세로 10~30cm) 730개가 사방의 유리 벽면을 채운다. 둘째, 아마포 위에 튜브 물감을 짜서 물감의 물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가로 50×세로 50cm) 51개가 바닥을 장식하고, 셋째, 나무 패널 안에 물감을 짜 넣어 색과 물성을 담아놓은 듯 보이는 작업 30개와 넷째, 다 쓰고 남은 물감 튜브를 쌓아올린 오브제 작업도 선보인다. 구경 온 관람객들도 하나의 오브제가 된다.

허남준은 이번 전시를 통해 '미술은 모든 것'이라고 말한다. 전시장과 화가, 관객 그리고 주위를 둘러싼 모든 사물이 미술이며, 그들과의 소통이 미술의 진정한 의미라고 말하는 듯하다. 작가들은 액자 안에 박제처럼 놓인 그림을 통해 관객과의 소통을 시도하고, 관객은 그림을 들여다봄으로써 작가의 의도를 읽어내려 한다. 하지만 그것은 물 먹은 화약처럼 불발탄으로 그치기 쉽다. 이 때문에 허남준은 화가가 그림 속에 녹아들고, 전시장이 바로 그림이 되며, 구경꾼도 작품의 한 구성 요소가 되는 무도회장의 '미러 볼'을 택했으리라.

이번 전시는 8월 30일까지 이어지며, 작가는 이달 29일까지 아트 스페이스에 머문다. 29일 오후 6시 30분부터 '작가와의 만남' 행사가 예정돼 있다. 물론 평상시 작가가 머물고 있기 때문에 언제라도 대화를 나눌 수 있다. 053)661-3081~2.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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