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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욕망에 색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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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들이 교복처럼 즐겨 입는다는 검은색 옷이 어느 날부터 싫어졌다. 좀 더 날씬하게 보이고, 어느 자리에서도 무난하고, 더구나 남의 눈에 잘 띄지도 않는 검은 옷. 스타일에 자신 없는 사람으로서는 디자인과 관계없이 검은 옷을 입었다는 한 가지 사실로 맘이 편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왠지 '환하고 화사하게'로 마음이 바뀌어 버렸다. 다른 것은 보지 말고 환한 옷 색깔만 보라는 나름의 애교이자 강요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또 예전에는 무심했던 사물에 대해서도 점점 더 색 자체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나만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선글라스를 낀 아름다운 여인이 스카프를 바람에 날리며 멋진 스포츠카를 몰고 간다고 치자. 그 장면이 흑백이라면 아련한 추억 속의 영화 한 장면으로 밋밋하게 느껴지지만, 금발의 미녀가 짙푸른 차를 타고 하늘색 스카프를 휘날리는 총천연색으로 펼쳐진다면, 바로 욕망을 깨우는 손짓이 되고 깃발이 된다는 것이다. 언덕 위의 하얀 집, 푸른 초원 위로 갈기를 휘날리며 달리는 검은 말, 파란 바다와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 황금빛 들판, 꽃분홍 백일홍으로 탄성이 절로 나오는 해안가 긴 드라이브길, 황금빛과 붉은빛으로 장엄해진 석양, 빨간 드레스, 푸른빛 와이셔츠, 그런 것들이 색깔로 인해 내 욕망의 대상으로 살아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욕망은 그 대상을 절대 가치로 왜곡시켜서 그것만 가지면 최고로 행복할 것이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돈, 명예, 권력, 직장은 물론이고, 사람의 마음을 얻고 싶다는 어려운 욕망부터 길거리 좌판 위의 천원짜리 물건에 대한 순간적인 충동 욕구까지. 그 종류와 정도는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욕망을 이루고 싶다는 목적이 동일하다면 대상에 색칠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욕망에 색칠하기는 나의 수업시간에 즐겨 쓰는 동기유발의 교수법이다. 학생들에게 열심히 공부해서 멋진 차, 예쁜 집, 잘 생긴 남편이나 사랑스러운 부인, 그리고 좋은 직장에서 일하는 자신을 머릿 속에 그려보라고 한다. 다 그렸으면 색칠을 해보라고 한다. 구체적인 욕망, 색깔이 있는 욕망은 성취를 위해 더 구체적으로 적극적으로 노력하게 만드는 법이다. 마지막으로 그런 욕망을 어떻게 달성할 거냐고 묻는 것이다. 얼마나 오래갈지는 모르지만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학생들은 맘속으로 약속하는데, 더운 날 일하기 힘들 때 재미로 색칠 한번 해보면 어떨까 싶다.

금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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