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햇빛이 기름띠처럼 떠다니는 나의 성지聖地,
젖가슴만한 무덤들 사이에
나는 수혈 받는 사람처럼 누워 쉰다
삶은 힘차고 힘겨우며,
헛디뎌 뛰어들고 싶으리만치 어질어질하다
이곳은 고요도 숨죽일 만큼 고요하다
햇빛은 여기저기서 기둥을 만들었다가는 흩어진다
죽음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아무것이나 다 되고 만다
나는 죽음의 희끗희끗한 젖무덤에 얼굴을 묻고
숨 멈추고, 검은 젖을 깊이 빤다
삶이란 죽음으로부터 수유를 받고 있다는 이 감각적인 언술의 배경은 무엇인가. 삶과 죽음의 관계에 대한 집요한 천착이다. 삶이란 죽음을 성찰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삶이 아니다 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삶에 가까운 햇빛이 기름띠라는 부정적 의미인 건 무덤이란 죽음의 공간에 있기 때문이다. 삶은, 힘차고 힘겹고 어질어질하다. 삶을 지탱하는 것은 죽음이다. 무덤으로부터 수유받는 이 독특한 상상력의 내면은 고통과 후회의 삶이다. 죽음으로부터 우리가 물려받는 것은 무얼까. 그게 검은 젖으로 묘사된 것도 놀랍지만, 죽음이 삶의 모성이라는 눈물겨운 언술에 이르면, 시인의 역할이 무언지 짐작하겠다. 그 반대쪽, 과연 삶은 죽음의 자식일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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