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근대미술 역사 총망라 대규모 특별전

내달 10~25일 대구문예회관

▲이인성 작
▲이인성 작 '노란옷을 입은 여인'
▲이쾌대 작
▲이쾌대 작 '군상IV'

대구 근대미술의 역사를 총망라하는 화단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전시가 열린다. (재)대구문화재단은 대구시립미술관 개관 준비 특별전의 일환으로 10월 15~25일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대구의 근대미술'전을 연다.

이인성, 이쾌대를 비롯한 작가 60여명의 작품 250여점이 문예회관 10개 전시실에서 공개된다. 김수명의 1930~40년대 미공개 수채화 10여점이 첫 공개되며, 곳곳에 흩어져 있던 서동진의 주요작품 10여점이 한 곳에서 선 보이기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이인성과 이쾌대. 대구가 낳은 천재화가 이인성(1912~1950)과 경북 칠곡 출생의 월북화가 이쾌대(1912~1965). 같은 해에 났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았던 두 화가의 작품이 나란히 대구에서 선보인다. 삼성미술관 리움이 소장한 이인성의 '노란 옷을 입은 여인'(1936년)과 '석고상이 있는 정물'(1936년경)은 처음으로 대구 관객을 찾는다. 두 작품 모두 실험적 요소가 강하고 기하학적 구도와 터치로 이인성 그림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쾌대의 대작 '군상' 시리즈와 '두루마기를 입은 자화상', '무희의 휴식' 등 유화 8점과 드로잉 15점과 함께 그가 평소 쓰던 팔레트와 아내에게 보낸 연서 등 26점이 전시된다. 이쾌대의 작품이 한 자리에서 이렇게 많이 전시되기는 처음. 특히 물감 팔레트와 자필 편지는 대구 첫 공개다. 이쾌대의 친형인 이여성은 대구에 서양화를 도입했고 대구에서 첫 수채화전을 열었던 인물. 그가 이쾌대의 결혼 선물로 그린 사계 산수화의 머리 병풍도 이번에 최초로 공개된다.

전시 준비는 쉽지 않았다. 소장작 리스트조차 공개하지 않는 삼성미술관 리움의 특성상 어떤 작품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기도 힘들었고, 수차례 관계자를 찾아가 까다로운 보험 및 운송 절차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뒤에야 작품 대여가 이뤄졌다. 월북 작가인 이쾌대의 경우, 월북 예술인들에 대한 탄압이 심했던 시절 부인 유갑봉(1980년 작고)씨가 벽 속에 작품을 숨겨 보관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번에 대구에 오는 작품들은 삼남 이한우씨가 소장하고 있던 것. 좀처럼 작품을 내놓지 않는 이씨는 이번 전시의 책임 큐레이터인 김영동씨가 전시회의 취지와 의미를 담은 간곡한 편지를 수차례 보낸 뒤에야 작품 반출을 허락했다. 1912년 태어난 이인성과 이쾌대는 '조선 향토색'을 추구했다는 점 외에도 분단의 역사적 아픔을 함께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이인성은 1950년 11월 4일 수복된 서울에서 술을 마시고 귀가하다가 순경과의 언쟁 끝에 총기 오발로 목숨을 잃었고, 이쾌대는 한국전쟁 때 인민군 종군화가로 활동하다가 포로가 돼 1953년 포로 교환 때 북한을 택했다. 1988년 해금됐지만, 최근에야 그가 1965년에 숨진 사실이 밝혀졌다.

한편 이번 전시는 전체 10개관에서 다양한 주제로 펼쳐진다. 1관 '근대 초기 대구의 서화미술'로 석재 서병오와 교남시서화연구회 활동을 중심으로 담았다. 2관(박명조·서동진·이갑기 등)은 작가의식을 표방하며 출범한 '영과회'를 통한 '서양화단의 형성과 정착', 3관(이인성, 최화수, 김용조, 배명학 등)은 1930년 창립한 '향토회'와 자연주의적 구상 전통의 수립, 4관(손일봉, 서진달, 김호룡, 주경 등)은 유화의 도입과 확산, 5관(김수명, 금경연, 이경희 등)은 대구 수채화의 전통, 6관(이쾌대, 이여성)은 전통의 재인식과 역사의식의 반영, 7관(추연근, 변종하, 전선택, 신석필 등)은 전후의 다변화와 새로운 모색들, 8관(강우문, 백태호, 김우조 등)은 전후 새로운 조화의 탐구, 9관(최근배, 박봉수 등)은 한묵정신의 계승과 새로운 시대감각, 10관(정점식, 장석수)은 모더니즘의 실천 등을 선보인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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