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타이완의 속살 숨은 비경과 풍광을 찾아서

바다.산, 좁은 골목길 어디든 영화 장면이 된다

여행은 그 지역의 속살을 만나면서 비로소 완성된다. 그 나라, 그 지역에 대한 편견이 무너지고 오롯이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 가슴에 남는다. 만리장성보다 때로는 시장에서 만난 할머니의 표정이 더 기억에 남기도 한다.

타이완의 속살을 만나고 왔다. 타이완. 1992년 중국과 국교를 맺으면서 우리나라와의 관계가 소원해졌지만 몇 년 전부터 여행 상품이 개발되고 있다. 'made in taiwan'의 편견에 갇혀 있던 나라지만 여행지에서 만난 타이완은 찬란한 역사유물과 역동적인 현재가 씨줄날줄로 촘촘히 엮인 나라였다. 최근 SBS 드라마 '온 에어' 방영으로 타이완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기도 했다.

◆ 예류(野柳) 지질공원

#다른 행성에 온 듯…솟아오른 기암괴석 신비

마치 별나라에 온 듯하다. 타이베이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해안 예류는 1천만~2천500만년 전 두터운 사암층으로 구성된 독특한 지형이다. 석회질이 녹아내리면서 바람과 비가 빚어낸 기암괴석들이 장관을 이룬다. 바다 속에 있던 바위들이 해면 위로 솟아오른 이곳은 마치 다른 행성에 불시착한 듯 전혀 새로운 광경을 연출한다.

이곳의 바다는 우리가 보아오던 그것과는 다르다. 인간에게 곁을 쉽게 내주는 우리나라의 바다는 착하고 온순하다. 하지만 이곳의 바다는 아니다. 할퀴고 어르며 쉽게 곁을 내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타이완 사람들은 섬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해수욕을 거의 하지 않는다. 대신 산으로 올라가 휴가를 보낸다.

예류의 바위는 자신만의 속도로 늙어간다. 바위와 모래는 살아 꿈틀대는, 거대한 생명체다. 단단하게 굳은 모래는 하루 단위가 아닌 몇 백년, 몇 천년 단위로 살아간다.

때마침 남부지역 태풍의 영향으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빗방울은 해풍과 뒤섞여 제법 집요하고 세차다. 살아남기 위해 깎이고 부드러워지는 것만이 방법이었으리라. 그렇게 깎이고 부서진 바위는 기이한 풍경으로 관광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지질공원 곳곳에서 화석을 발견할 수 있다. 수백만년 전 이곳을 지나다니던 생물의 흔적은 신비롭다. 버섯처럼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있는 버섯바위는 이곳에 180여개나 있다. 이 가운데서도 온화하고 귀족적인 자태로 아름다운 옆모습을 보여주는 일명 '클레오파트라의 머리'는 이곳의 상징이 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바위는 풍화작용 등으로 인해 10년쯤 후면 무너질지 모른다고 한다. 그래도 어쩌랴. 그것이 자연의 섭리인 것을.

이 밖에 촛대바위, 벌집바위 등을 볼 수 있다. 지질학계의 교과서로 불리는 이 같은 지역은 전 세계적으로도 세곳밖에 없다고 한다.

◆ 지우펀

#구불구불 골목길에 아기자기한 상점들

금과 동을 캐내던 광산마을 진과스를 지나 지우펀으로 향했다. 지우펀은 지극히 동양적인 타이완의 옛 정취와 함께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 1920, 30년대 아시아 최대 광석도시라 불리며 한때 일확천금을 꿈꾸는 젊은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던 금광도시 지우펀은 지금은 관광의 거리로 탈바꿈했다. 폐광도시의 쓸쓸함 대신 독특한 지형에 위치한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눈길을 끈다. 가파른 언덕에 위치한 집들은 골목길로 구불구불 이어지고, 그림처럼 아기자기한 상점들은 지나는 이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골목길에는 타이완의 대표 별미들이 후각을 자극한다. 토란경단, 소시지, 각종 장아찌류 등은 물론 취두부도 판다. 취두부의 향취는 관광객들에게는 괴롭지만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타이완의 대표적 영화감독 허우 샤오시엔의 영화 '비정성시'의 무대로 주목받으면서 관광객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촘촘한 골목길 그 어디에 카메라를 들이대도 영화의 한 장면이 연출된다.

◆ 타이루거(太魯閣) 협곡

# 대리석으로 이뤄진 골짜기, 고도 4천미터 넘는 산

타이베이에서 차로 3시간 정도 달리면 화롄(花蓮)을 만난다. 이곳의 타이루거 협곡은 타이완이 숨겨놓은 비경.

192㎞에 이르는 동서횡단도로가 관통하는 곳이기도 하다. 1950년대 완공된 이 도로는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3년 이상 공사를 벌인 끝에 완성됐다. 121명의 사망자와 700여명의 부상자가 속출할 정도로 위험한 공사이기도 했다. 지질이 약해 사람이 직접 손으로 파야 했기 때문이다. 타이루거 협곡을 지나다 보면 매끈하지 않은, 사람의 고단한 노동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울퉁불퉁한 터널들을 만날 수 있다.

타이루거 협곡에는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골짜기가 장관을 이룬다. 타이완 전체가 25년간 먹고살 수 있을 정도의 양이라고 하니,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타이완 정부는 이것을 자연 그대로 보존하기로 했다.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가 더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고도가 4천m가 넘는 산들은 수직으로 깎아지른 듯 곧장 앞으로 곧 달려올 듯한 기세다. 우리나라의 산과 달리 억세고 남성적이다. 오래전부터 이 험한 산에서 생활해온 원주민들의 흔적과 생활상을 만날 수 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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