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토요갤러리] 거리, 베를린

'조합에 의한 균형' 작가의 조형원칙 고수한 화면

제목: 거리, 베를린

작가: 몬드리안(Piet Mondrian: 1872~1944)

제작연도: 1911년

재료: 캔버스 위에 유채

크기: ?

소재지: ?

몬드리안의 그림은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 흔하게 볼 수 있다. 생활 집기에서부터 가구, 의복에 이르기까지 그의 그림을 이용한 디자인은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수직과 수평의 검은 선에 의한 화면 구획, 그리고 그 면을 채우고 있는 순색의 빨강, 노랑, 파랑 또는 흰 여백. 아마 세상에서 가장 그리기 쉬운 그림일 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사실 누구든지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오죽하면 이 그림이 유명한 이유는 자를 쓰지 않고도 이토록 반듯하게 줄을 긋고 칸을 나누었기 때문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이다.

이렇게 쉬운 그림이 왜 그토록 유명할까?

몬드리안과 칸딘스키는 각각 기하학적 추상과 서정적 추상이라는 조형상으로 상반되는 입장을 보이는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면에서 유사한 점을 보이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그림이 재현해야 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 너머 있는 것이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는데 그들의 이러한 예술관은 모두 신지학(神智學: Theosophy)에 기반을 두고 있다. 모네가 그린 '무엇을 그렸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인 가, 그리고 내적 충동을 표출하고자 하는 표현주의적 방법이 칸딘스키의 서정적 추상이라는 조형 양식의 확립에 결정적인 열쇠를 제공했다면, 존재의 신비를 기하학적 도형으로 풀어내려는 당시 네덜란드 신지학회의 경향과 대상을 기하학적 파편으로 분해하고 다시 재구성하는 입체파의 방법은 이후 몬드리안의 조형 연구에 확고한 방향성을 제시하게 된다.

우선 몬드리안의 전형적 양식의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이 양식이 탄생하는 과정을 설명하여 줄 과도기의 작품을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그림은 1911년 파리로 이주한 몬드리안이 피카소와 브라크의 초기 입체파 작품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은 뒤 입체파의 방법을 기반으로 독창적인 양식을 만들어가기 시작하던 시기의 작품, 즉 한 조형형식에서 또 다른 조형형식으로, 한 철학에서 또 다른 철학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대칭을 기본적인 구성 원리로 하는 화면은 구상적인 재현에서 회화적 추상에로의 전이과정을 나타내고 있는데 조합에 의한 균형이라는 몬드리안이 평생을 고수한 조형원칙이 벌써 화면의 중요한 특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작가의 의도는 더 이상 외부적 요소, 즉 대상의 외관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도형적 요소에 의해 묘사된다. 다시 말하면 작가의 표현 의도는 그림 내용에 의한 설명이 아니라 형과 색이라는 회화 본연의 수단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이는 그가 평생을 통해 추구하던 보편적 세계를 향한 부단한 발걸음인 것이다.

권기준 대구사이버대 미술치료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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