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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둥근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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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이 한 장 남았습니다. 이달이 차면 기축년(己丑年) 소띠 해가 갑니다. 가로수에 간간이 남아 있는 나뭇잎들이 세찬 바람에 마냥 매달려 있기 힘겨운 모습입니다. 고향집 감나무에는 서리 맞은 홍시가 달려 있을 겁니다. 까치에게 쪼여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홍시도 있습니다.

이맘때면 누구나 왠지 가슴 한구석이 시려오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흐르는 세월(歲月)에 대한 아쉬움 때문일지 모르겠습니다. 사는 게 바빠 그런 감상(感想)에 빠질 틈이 없는 이들도 많습니다. 겨울이 더 추운 가난한 이웃들도 있습니다. 조금 이른 감이 없잖지만 한 해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시계가 둥근 이유는 끝이 곧 시작이기 때문이다'란 말이 있습니다. 17세기 프랑스의 모랄리스트 프랑수아 드 라 로슈푸코의 말입니다. 400년 넘게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됐으니 명언(名言)이라 할 만 합니다.

그렇습니다.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고, 골이 깊으면 산이 큽니다. 그리고…. 절망이 희망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모두 힘 내세요.

돌이켜보면 지난 17년 동안 대구경북의 '내리막'이 참 가팔랐습니다. 바닥이 어딘지 모를 정도로 골도 깊었습니다. 지역총생산 꼴찌 등 각종 어두운 경제 지표는 더 이상 뉴스가 아닙니다. 반듯한 직장을 가진 젊은이가 적어 남편감, 사윗감 구하기조차 쉽잖았습니다. 절망에 가까웠습니다. 인천 송도신도시나 부산 해운대를 다녀온 이들은 서슴지 않고 '대구경북은 바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지금 희망이 보입니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새해 예산이 확정 단계는 아니지만 크게 늘 겁니다. 국회의원 대구시장 경상북도지사 구청장, 시장'군수들이 잘 협조하고, 공무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서울을 들락거리고 있으니 기대해 볼 만합니다. 청와대 국무총리실과 기획재정부 등 각 부처에 근무하는 '출향 인사'들도 대구경북 돕기에 전례 없이 적극적이라고 하니 반갑습니다.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 진작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명박 대통령 말씀처럼 내년 하반기면 기업에 이어 서민들의 살림살이도 나아질지 모릅니다.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는 대구경북의 큰 경사였습니다. 낙동강살리기 사업도 착공했습니다. 영일만신항도 개항했습니다.

'5+2 광역경제권' 프로젝트는 새해에 활기를 띨 겁니다. 부산은 영남권 신국제공항을 가덕도로 가져가려고 생떼를 쓰고 있습니다만 큰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가덕도에 가면 부산경남 사람들만 이용해 김해공항 꼴이 나고, 밀양에 오면 영남은 물론 광주 대전 등지에서도 이용할 것이란 점을 부산이 더 잘 압니다. 짐짓 밀양 결정에 따른 반사 이익을 얻으려는 일종의 '할리우드 액션'이란 얘기도 있습니다.

다만 '세종시 블랙홀'이 걱정입니다. 교육'과학 중심의 경제도시라 하니 대구경북의 꿈과 그대로 겹칩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를 했더니 세종시에 투자 의향이 있는 대기업이 24개라지요. 그렇게 특혜를 주겠다는 데 어느 기업인들 가지 않겠습니까.

답답한 건 정부입니다. 영'호남이 발끈하자 지방에 있는 기업이 세종시로 옮기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했지요. 그건 삼성전기를 지키려는 부산에만 해당합니다. 정부는 충청민을 설득하려 애쓰고 있습니다만 다른 지방은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우려됩니다.

또 다른 걱정은 대구경북의 미분양 아파트입니다. 시장 상황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고 정부도 지자체도 손 놓고 있습니다. 분양을 받은 집이 완공됐는데 집이 팔리지 않아 막대금을 지불하지 못하고 신용불량자로 추락하는 시도민이 늘어나는데 정부와 지자체는 '네 탓' 입니다. 정부는 분양가를 자율화하고, 땅에 물려 있는 금융기관과 자산관리공사는 손해를 조금 보더라도 택지를 공급하면 길이 있습니다. 지자체는 돈을 많이 버니 '도서관을 지으라' '도로를 닦으라'는 얘기를 건설사에 하지 않겠다고 맹세해야 합니다. 국세청은 시행사 등 지역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자제하고, 검찰도 지역경제를 감안한 수사를 하겠다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면 건설사들이 새로 대구경북에 눈 돌릴 겁니다.

어두운 이야기를 너무 길게 했네요. 골이 깊었으니 새해에는 대구경북 앞에 큰 산이 떡하니 나타나리라 믿어봅니다. 최재왕 정경부장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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