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국형 대형 추락사고의 주범이 되고 있는 '무늬만 가드레일'(본지 18일자 1면 보도)에 대한 관리·감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부실 시공을 낳고 있다.
21일 경주경찰서에 따르면 18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주시 현곡면 남사재 관광버스 추락사고 현장의 가드레일이 부실하게 시공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공사를 발주한 경상북도 종합건설사업소 측은 이제껏 단 한번도 가드레일 점검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남사재 사고 현장의 가드레일 보수 작업 결과 파손된 가드레일의 기둥 4개 중 1개의 길이가 설치 기준의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표준형 가드레일의 경우 지름 14cm, 길이 220cm, 두께 4.5mm인 기둥을 땅속에 1m50cm, 지상에 70cm 노출되게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관광버스에 뚫린 폭 16m의 가드레일을 지탱했던 기둥 4개 중 1개의 길이는 표준 220cm의 절반인 110㎝에 불과했다. 최소 150㎝는 땅속에 묻어야 하지만 문제의 기둥은 40㎝ 정도만 묻혀 있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가드레일 설치 업체를 대상으로 부실 시공 여부를 조사하고 있으며 사고 도로에 설치된 가드레일 전반에 대해서도 부실 여부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사고 현장의 가드레일 공사를 총괄한 경북 종합건설사업소 측에 따르면 당시 공사 자재는 조달청에서 일괄 내려받은 것이다. 그러나 사업소 측은 시공업체명과 가드레일 설치 시기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가드레일의 정확한 구조 제원에 대한 설계도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사업소 측은 "부실 공사 영문을 모르겠다. 시공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보고받은 바 없다"며 "가드레일에 대한 관리·감독 규정 또한 딱히 없다"고 해명했다.
가드레일을 비롯한 도로 안전 시설물의 부실은 경주 관광버스 참사처럼 대형 추락사고로 이어지기 십상이나 국토해양부 점검 규정은 현장에서 외면되고 있다. 행정기관들은 "도로 관리에 대한 점검 규정은 존재하나 구역이 너무 광범위해 인원과 예산이 절대 부족하다"고 털어놨다.
경주 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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