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루이 9단 "둘 수 있을 때까지 바둑 두겠다"

본사 주최 여류명인전 6연패…국내 첫 위업

루이나이웨이 9단은 1963년 상하이 출생으로 1986년부터 4년간 중국여자개인전을 4연패하며 세계 최초의 여자 9단에 올랐고, 1992년 제2회 잉(應)씨배에서 이창호를 꺾고 4강까지 진출, '철(鐵)의 여인'으로 불렸다. 남편 장주주(江鑄久) 9단과 함께 1999년 4월에 한국기원에 발을 디뎠고 딱 10년 전인 2000년 2월, 여자 최초로 정규 기전인 제43기 국수전에서 우승하며 대단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당시 우승은 유창혁, 이창호, 조훈현을 모두 이긴 명실상부한 '제패'였다. 그리고 8일 매일신문 주최 여류명인전 우승으로 바둑계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 여류 기전에서 6연패 기록은 처음인데…

▶한국에서는 처음인 것 같죠?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어떤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중국은 루이 9단의 중국여자개인전 4연패 기록이 최고이고, 일본은 여류선수권전에서 이토(伊藤友惠) 5단의 5연패 기록이 최고인데 정작 본인은 몰랐던 듯)

- 10년 전의 국수전 우승은 대단한 화제였다.

▶운이 좋았습니다. 사실 당시도 약점이 많은 바둑이었는데, 노출이 안됐던 행운이 따랐습니다.

- 당시 '이창호 킬러'로 이름을 떨쳤는데…

▶아뇨, 이 9단보다는 많이 약합니다.(루이 9단은 이창호 9단 전성기 때 상대 전적 4승1패로 앞서가다가 최근 5판은 1승4패로 밀려 통산 전적 5승5패를 기록 중이다)

- 지금도 공부량이 가장 많은 기사로 꼽히는데 바둑 실력은 지금이 더 나은 건지?

▶잘 모르겠어요. 포석도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신형이 많이 나와서요. 원래 부족한 것도 많고 이제는 나이도 들어서 강하지는 않습니다. 수읽기는 확실히 그때가 나았지요. 지금은 거의 안 되는 상황인데, 우연히도 다른 여자 기사들이 그 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 1국 마지막에 팻감을 쓰지 않고 따내서 반칙패를 당했는데…

▶저도 처음이라서… 중국에서 1984년인가, 국수전에서 패싸움을 하다가 다른 쪽 패를 따내는 바람에 판을 망친 적은 있어도 패를 잘못 따낸 것은 처음입니다. 1국이 원래는 좋은 형세였는데 역전을 거듭하다 보니 몰입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착각한 겁니다.(옆에 있던 남편 장주주 9단이 '바보예요'라고 놀림)

- 조혜연 8단과는 갈수록 차이가 나는 것 같다.(조 8단은 3연속 준우승)

▶조혜연 8단은 지금도 강하지만, 대학교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바둑에만 전념했더라면 분명히 나보다 강해졌을 거예요.

- 한국 여자 기사 중 까다로운 상대를 들자면?

▶박지은 9단도 어렵고, 또 이민진 5단이 까다롭습니다.

- 올해 아시안게임이 열리는데 여자단체전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는지?

▶작년 말부터 한국이 여자상비군을 운영하고 있는데 만약 상비군을 운영하지 않았다면 중국 우승을 점쳤을 것이지만. 지금은 누가 이긴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백중세라고 봅니다.

- 중국기원으로부터 중국팀 선발전에 참가하라는 연락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네, 개인적으로는 선발전에 참가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 지난 10년간 한국에서 활동한 소감은?

▶프로기사로 바둑을 둘 수 있는 것이 가장 행복합니다. 그 자리를 마련해준 한국에 깊이 감사하고 있어요.

- 이번 여류명인전이 18번째 여자기전 우승이다. 언제까지 계속할 마음인지?

▶아, 이번에도 운이 좋은 것이지 위기의 연속이었어요.

- 운으로 돌리기에는 너무 여러 번인데…

▶약점이 많은데도 최선을 다하다 보니 운까지 따라 준 것 같아요.

- 한국의 여자 기전에 대해 말한다면?

▶여류명인전 같은 기전이 있다는 것에 많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다만 바람이 있다면 여자기전이 좀더 확장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일본과 비교해 볼 때 한국의 여자 바둑은 더 커질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 일은?

▶둘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바둑 두는 것입니다.

[한국기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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