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국(倭國'소문국)은 기원전 10세기에 소공(召公)의 손녀 김학여왕(金鶴女王)이 한반도의 경기도 이남에 개국한 나라다. 이 나라는 대대로 여왕이 나라를 다스렸는데, 왕자들은 한반도 각지로 흩어져 작은 나라들을 세웠다. 기원전 3세기 무렵에는 왕자들이 노비들(당시는 김씨가 아닌 사람은 모두 노비였다. 이때 노비는 조선시대의 노비와는 다르다. 지금의 백성쯤으로 보면 된다.)을 데리고 대마도를 거쳐 일본 구주(九州)로 진출해 나라를 세웠다.
기원전 2세기에 이르렀을 때 왜국은 마한 54왜국, 진한 12왜국, 변한 12왜국으로 분국됐다. 변한 12왜국 중 5개 왜국은 일본 열도 구주(九州)에서 나라를 열었다.(주조마국, 악노국, 미오야마국, 접도국, 독로국 등이다) 이후 일본 열도 구주의 왜국은 열도의 원주민인 아이누족을 몰아내면서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기원전 1세기 전반에 이르면 30왜국으로 늘어난다. 4세기에 이르러 소문국 김씨 왕손인 신무천황(神武天皇)이 일본열도 본주(本州)의 아이누족을 몰아내고 왜국을 건국했다. 제38대 일본 천황인 댄지천황(天智天皇)은 668년 1월 3일 국호를 일본으로 바꾸고, 왕의 칭호를 천황으로 개명했다."
30여년간 한-일 상고사를 연구해온 박찬 변호사(85)가 일본국 개국과 관련해 내린 결론이다. 그에 따르면 왜(倭)라는 국호를 썼던 일본의 왜와 한반도의 왜(倭)는 하나의 뿌리에서 나왔다. 왜라는 이름은 여성이 왕이라는 의미에서 유래했다.
제9대 국회의원을 역임하기도 했던 그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저서 '소문국과 일본천황가'(召文國과 日本天皇家)를 펴냈다. '왜국과 김씨의 역사'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의성 김씨(우리나라 김씨의 모태)가 한반도 왜국과 일본 왜국의 시조라고 말한다. 이 같은 견해는 현재 우리가 역사서에서 접하고 있는 내용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박 변호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역사는 "상당 부분 왜곡, 날조된 것이다"고 단언한다.
박 변호사는 한-일 상고사를 연구하기 위해 산해경, 전한서 후한서 일본서기 조선고적도본, 세계 도자기 전집 등 각종 역사서와 도자기 역사서 500권을 섭렵했다. 이해관계에 따라 역사서는 내용을 달리하는 경우가 많지만 도자기의 역사에는 분명하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일본의 역사서는 과거 역사를 왜곡하고 있지만, 토기 관련 서적에서는 바르게 밝히고 있다고 말한다.
"나는 제2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했습니다. (1952년) 당시 고등고시에는 국사 과목이 필수였는데 상당한 수준을 요구했습니다. 합격자의 평균 점수가 60점 정도였고 아주 시험을 잘 본 경우에도 70점 정도가 고작이었어요."
고등고시 공부를 하느라 국사 공부에 심취했고 고향인 경북 의성의 역사에 대해 공부하다가 소문국과 왜국을 알게 됐다.(그의 주장에 따르면 소문국은 삼한시대 의성 지방을 중심으로 건국된 왜국인데, 소공의 후손국임을 과시하기 위해 기원전 57년 소문국으로 개명했다. 일본열도의 왜국은 이 나라에서 파생된 나라다) 30여년 역사를 추적하는 동안 일본의 왜와 한반도의 왜가 하나라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의성 탑리와 금성산 일대에서 출토된 동제 띠와 토기들이 일본 고대의 그것들과 거의 흡사하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했다.
그는 중국 고대사에 한반도와 왜가 다르게 기록돼 있는 것에 대해 중국 고대 사학자들은 일본 열도의 왜와 한반도의 왜를 구분하기 위해, 사서에 한반도의 왜를 진국(辰國), 일본열도의 왜를 왜(倭)라고 기록했다고 말한다.
"일본 사람들은 자신의 모태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합니다. 몇몇 학자들이 천황가가 한반도에서 넘어왔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일본 학자 입장에서 자신들의 모태를 솔직하게 밝히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일본 개국 시기를 기원전 3세기로 인정하면서도 그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서는 모르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지요."
박찬 변호사가 '삼한(三韓)의 모체가 왜(倭)국이다. 한반도의 왜와 일본 열도의 왜는 하나다'고 말하는 것은 문화적 우월감을 주장하거나 어머니의 나라라는 걸 과시하기 위해서는 아니다.
"한일 양국은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면서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싸우고, 협력해 왔습니다. 상고시대 역사를 통해 한국의 왜와 일본의 왜가 하나의 조상, 하나의 뿌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밝힘으로써 두 나라 국민들이 상부상조하기를 희망하는 마음으로 책을 펴냈습니다."
책 '소문국과 일본천황가'는 일본어가 상당히 많이 섞여 있다. 일본 자료를 많이 인용한 것은 반발이 예상되는 일본 국민들에게 충분한 근거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책은 곧 일본어로도 출판될 예정이다.
박 변호사는 국회의원 시절 '석가탄신일'을 공휴일로 지정하게 만든 일등 공신이기도 하다. 그는 독실한 불교신도였던 육영수 여사가 저격된 뒤 석가탄신일 공휴일 지정을 국회에 발의했다. 여기에 매일신문사 사장을 역임했던 고(故) 김영호 신부의 힘도 컸다. 공휴일 지정을 두고 여론에 따르겠다는 박정희 대통령에게 "신부인 내가 적극 지지한다"며 공휴일 지정을 강력하게 권고했다는 것이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사진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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