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차세대 리더는 어떻게 자라나는가.'
공부하는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다. 일상적인 인문학 모임에서부터 차세대 여성 리더를 육성하기 위한 아카데미까지 공부 열풍이 불고 있다. 배우기 열풍이 여성의 삶을 어떻게 깨우고 있는지 들여다본다.
◆ 차세대 리더 양성
최근 차세대 여성 리더를 육성하기 위한 아카데미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경상북도는 경북 여성 정책리더를 대상으로 한 '경북여성 임파워먼트 아카데미'를 14일부터 6회에 걸쳐 시작했다. '여성의 정치세력화' '경북의 여성문화 찾기' '봉재아카데미, 여성 일자리를 찾다' 등 인문학적이면서도 실질적인 내용을 담은 커리큘럼으로 수강생을 모집했다. 개인 사업가, 도의원, 전직 시의원, 경찰관 등 다양한 직업군의 여성들이 신청했다.
이영석 경북여성정책개발원 교육인재개발실장은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여성주의 관점을 가진 여성들은 많지만 네트워크화되지 못했다"면서 "이 아카데미를 계기로 여성 개인의 역량이 강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경북여성정책을 주도할 수 있는 여성들이 배출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대구시도 지역여성리더 양성 프로그램인 '대구미래여성아카데미'를 구성해 5월부터 6개월간 교육에 돌입한다. 대구시는 30대에서 50대 사이 전문 여성 30여 명 내외의 차세대 여성리더의 신청을 받아 강의를 개설할 계획으로, 15회 강의와 4회 현지답사로 구성된다.
'CEO 네트워킹과 브랜딩' '글로벌 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뉴 노말' '지역의 문화와 콘텐츠' '대구의 미래를 위한 여성의 역할' 등 경제와 문화, 삶의 자세를 아우르는 다양한 주제의 강의가 펼쳐진다. 그 밖에 역사'문화 마케팅 현장 답사로 중국 상하이 방문이 예정돼 있고 제주 올레 체험을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과 함께 진행한다.
박강구 대구시 여성정책담당 행정사무관은 "우수한 강사진을 모셔와 차세대 여성 리더를 키우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이라면서 "지속적으로 인력이 배출되면 지역의 중요한 여론 주도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여성, 인문학 열기 뜨겁다
인문학의 열기가 뜨거워지기 시작한 것은 2008년쯤. 아이의 교육에 매달리던 여성들이 서서히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 시작하면서 인문학을 배우려는 열기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대구여성회는 2008년부터 매년 '여성 인문학에 길을 묻다'를 열고 있다. '철학''신화 속 여신' '역사 속 여성' 등 다소 무거운 주제로 진행하지만 강의마다 50명 이상이 찾는 인기 강의다. 대구여성회 남은주 사무처장은 "여성이 사회적으로 스트레스 받고 자존감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스스로 깨어나기 위해 인문학이 가장 유용하다"면서 "일상의 답답함이 인문학 강의를 통해 해소되는 경우가 많고, 일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스스로의 힘을 키울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수성주민광장은 2008년부터 매년 청소년 인문학 강좌를 열고 있다. 인문학 강좌를 접한 청소년들은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인다. 토론식의 자유로운 대화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게 된 것. 이 강좌를 계기로 수성주민광장은 올해 하반기 청소년 문화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역 인문학 열기에 수성아트피아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2007년부터 예술아카데미를 시작, 현재는 역사, 고전, 인문, 예술교양 등 심도 깊은 인문학 과정이 진행된다. 클래식, 오페라, 근현대 미술사 등 일반 예술 이론에 그치지 않고 심도 깊은 동양 고전, 삼국유사, 서양 철학, 궁궐을 통한 건축문화 유산, 동아시아 예술 담론 등으로 세분화되고 있는 것.
여성은 물론이고 청소년을 위한 강좌도 인기. 수성아트피아는 지난달부터 청소년 예술아카데미 강좌 '도토리 고전학교''한뼘 인문학'을 개설해 큰 인기를 끌었다. 수성아트피아 이정아 팀장은 "인문학 강좌는 40~60대 여성 수강생이 대부분인데, 강의가 진행될수록 좀 더 깊이 있는 강의를 듣고 싶어 한다"면서 "강의 수요를 따라가다 보니 철학, 역사, 문학, 건축 등으로 세분화되고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 외에도 샘밑배움터는 14일부터 6월까지 교육에 대한 인문학 강의를 진행하고'물레책방''곰네들 누리터' 등에서 일상적인 인문학 강좌를 열고 있다.
인문학에 대한 배움의 열기가 높아지면서 인문학 열기가 지역 사회에 구체적으로 공헌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역량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수성아트피아 이 팀장은 "인문학 열기가 하나의 '바람'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게 될 때 생활 속 깊이 뿌리박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성주민광장 이영희 집행위원장 역시 "인문학이 한번 강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과 접목될 때 진정한 가치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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