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싼게 비지떡?…도시철도 3호선 최저가 입찰제 도입

1600억 시설공사 발주, 공사 안전성 우려

대구시가 도시철도 3호선에 1천600억원 규모의 시설 공사를 발주하면서 최저가 입찰제를 도입, 전문가들은 물론 업계에서조차 안전성을 해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는 최근 3호선 기전 분야 중 차량 및 차량 신호 시스템을 제외한 전력 및 통신 시스템 설비를 위한 입찰을 진행 중이다. 12일 입찰을 마감한 뒤 2, 3개월 동안 심사를 거쳐 시공 업체를 최종 선정한다는 계획. '규격 및 가격 동시 입찰제'에 따라 품질 규격을 통과한 업체 중에서 가장 낮은 입찰가를 써낸 업체를 선정하게 된다. '기술평가' 대신 '최저가 가격업체'로 시공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도시철도 3호선은 모노레일 경전철로 무인 운행되기 때문에 안정적인 운행을 위해서는 차량 무인운전과 통합되는 시스템의 신뢰성과 가용성 확보가 최우선 요건이다.

그러나 가격 위주로 업체를 결정할 경우 입찰 참여자들이 최신 기술보다는 품질 기준에만 맞춘 뒤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업체 관계자는 "최저가 입찰로 가면 입찰을 따내려 가격 맞추기를 위해선 중국산, 인도산 등 저가 저질의 부품으로 스펙을 맞출 수밖에 없다"며 "실제 최저가 전기'통신입찰에서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한 관계자는 "발주 방식이 기술 위주가 아닌 최저가 방식만 고집할 경우 부실의 우려가 있고 안전성 문제도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1조2천600억원을 투입해 지난 3월 개통한 국내 첫 무인 경전철인 부산 도시철도 4호선의 경우 한 달 만에 7건의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했다. 스크린도어 장애, 열차 출입문 장애, 관제센터 실수, 견인 전동장치 과부하, 열차 종합제어장치 장애 등 다방면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이 같은 문제점 때문에 무인 경전철인 인천 도시철도 2호선의 경우 실시설계 후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을 적용해 발주를 했다. 기술 평가 비중을 90%, 입찰가를 10% 반영한 뒤 업체별로 점수를 매겨 최종 선정한 것.

정부도 저가 수주에 따른 품질 저하를 막기 위해 국가 정보화 발주방식의 기준을 바꾸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기술점수 평가 비중을 기존 80%에서 90%로 상향 조정하고, 조달 평가 시 평가위원의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것.

업계 한 관계자는 "기술 위주의 입찰방식이 도입되면 입찰 참가자들이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 위해 최고'최신 기술을 제안하는 경향이 있다"며 "시스템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려면 싼 곳만 찾아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는 3호선의 경우 차량이 이미 결정됐고, 실시설계까지 끝난 상황이기 때문에 품질 규격만 맞다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도시철도건설본부 관계자는 "최저가 입찰제는 이미 1, 2호선 건설 당시에도 도입됐을 정도로 전국의 지하철 건설 공사에서 통상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이라며, "전력 시스템 설계가 끝난 상황이기 때문에 굳이 기술평가로만 업체를 결정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해명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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