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검은 아크릴 액자, 다가갈수록 예술이 된다 갤러리M 최수환전

최수환 작
최수환 작 'Emptiness-북한산'

전시장을 슬쩍 엿보면 검은 액자만이 보인다. 과연 무슨 작품일까 하는 호기심으로 작품 가까이 다가가면 그제서야 찬란한 빛을 만나게 된다. 최수환의 작품은 이처럼 보는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단순한 검은색으로도, 찬란한 빛으로도 보이니 지루하지 않다.

최수환은 검은색 아크릴에 전기 드릴로 무수한 구멍을 뚫는다. 그 구멍의 수는 작품마다 다르지만 보통 12만 개가 넘는다. 구멍을 뚫는 지루한 작업을 한 달쯤 하고 나면 비로소 작품 전체의 아름다움이 드러난다. 작가는 이 검은 아크릴 뒤쪽에 화려한 색감의 LED 조명을 설치, 그 구멍을 통해 빛이 새어나오도록 만들었다. 그러면 아크릴의 두께 때문에 사람들은 보는 각도에 따라 빛이 보이기도, 보이지 않기도 한다. 마치 찬란한 스테인드글라스나 빛나는 보석공예를 떠올리게 하는 환영이다. 문양은 식물 문양을 변형한 추상적 패턴. 이는 존재와 부재, 실상과 허상, 실재와 환영의 미묘한 경계를 떠올린다.

기하학적 무늬에 집중하던 작가는 최근 자연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강, 산처럼 자연물을 아크릴 위해 구멍을 뚫어 표현하는 것. 빛을 통해 바라보는 그의 강은 마치 흐르고 있는 듯 느껴진다. 기와의 형태를 변형시켜 전통적이면서도 세련된 문양을 보여주기도 한다.

LED와 전기 드릴이라는 기술적인 요소와 수많은 구멍을 직접 뚫는 수고로움을 더한 그의 작품은 독특한 느낌을 준다. 이에 대해 미술평론가 고충환 씨는 "구멍은 공간의 본성인 '무'의 거대 담론의 지점들을 상징하고 생명원리의 기본요소인 호흡과 숨결이 지나가는 길이며 통로를 내는 행위에 비유된다"고 표현했다. 전시는 12일까지 갤러리M에서 열린다. 053)740-9923.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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