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사교육 부추기는 '물수능'의 부작용

너무 쉽게 출제된 6월 모의평가시험의 부작용이 논술학원 호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1천 명이 넘는 반을 운용하는 일부 유명 학원도 늘어난 수강생을 감당 못해 7월부터 논술반을 배 이상 늘릴 것을 검토 중이다. 수능시험이 쉬우면 변별력이 사라져 정시보다는 수시 전형이 더 유리하다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논술은 수시 전형에 중점을 두는 정부의 교육 정책 탓에 수험생의 가장 중요한 과목이 됐다. 더구나 '물수능' 예상이 현실로 드러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논술이 강조되고 있다. 뒤늦게 정부는 각 대학에 논술의 비중을 줄이라고 요구했지만, 내신만으로는 변별력을 찾기가 어려워 수시 전형은 논술이 당락을 좌우한다.

논술은 전적으로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전문적인 글쓰기와 지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특목고를 제외하면 논술을 체계적으로 지도하고 있는 학교는 거의 없다. 전문 지도 교사가 부족하고, 대학마다 다른 특성이 있어 학교에서는 지도하기가 불가능하다. 대개 8월부터 시작하는 수시 전형이 3개월도 채 남지 않았는데도 논술학원을 찾는 수험생이 많다는 것은 올해 입시에 대한 수험생의 불안을 잘 보여준다.

이 정부 들어 입시 때마다 대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역대 어느 정권 때보다 사교육이 판을 치고, 대학 가기만 복잡하게 만들어 놓았다. 이는 부작용이 뻔히 보이는데도 '사교육 줄이기'에만 매달려 임시 처방에 지나지 않는 정책을 남발했기 때문이다. 대학 입시는 교육 이념을 실험하는 도구가 아니다. 또한 힘으로 밀어붙이다가 아니면 말고 식의 정책을 펴서도 안 된다. 그때마다 고통받는 것은 수십만 명의 수험생과 사교육비 부담에 허덕이는 국민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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