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 미나리로 유명한 경북 청도군 청도읍 평양리에 가면 수령 300년, 높이 7m의 소나무 노거수가 있다. S자 형으로 휘감아 오르는 줄기는 승천하는 용의 모습을 닮았다. 그 신비한 모양 때문에 임신한 여자가 이 나무에 절을 하면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기를 낳는다는 전설이 있다.
명성을 잃었지만 한때 대구 하면 곧 사과를 떠올릴 정도로 대구는 사과 주산지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사과나무는 대구시 동구 평광동 우채정 할아버지의 집 앞에 있다. 우 할아버지의 선친이 1935년 심은 사과나무 100그루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홍옥이다. 열매가 많이 달릴 때는 15㎏짜리 상자로 열 상자도 수확한다.
경북 영덕군 지품면 신안리에 가면 수령 500년의 느티나무가 마을을 지키고 있다. 세월 따라 많은 것이 변했지만 느티나무 앞에서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는 전통은 여전하다. 매년 정월 열나흗날 밤 12시면 제주와 축관들이 나무 옆 당집에서 제사를 올린다. 제사를 마치면 주민들이 음식을 나눠 먹는다.
무엇이든 제 뜻대로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천지신명께 '부디 살펴 달라'고 빌지 않는다. 사람이 평안을 구하며 두손 모아 기도하고 허리 굽혀 절하는 모습은 그가 겸손한 존재임을 증명하는 행위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고, 나머지는 천지신명의 선의와 보우에 맡겨둘 줄 아는 사람은 견디지 못할 어려움에 직면하지 않는 법이다. 영덕 신안리 느티나무는 그렇게 천지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보여준다.
상주시 외남면에 가면 '하늘 아래 첫 감나무'라는 애칭을 가진 국내 최고령 감나무가 있고, 예천군 하리면 은산리에는 마을을 보호하고 잡귀를 쫓는 음나무가 눈을 부릅뜨고 동구를 지키고 있다.
풍년과 흉년을 점치는 달서구 도원동의 느티나무, 회초리를 심었더니 거목이 된 의성군 점곡면 윤암리 왕버들, 소원 쪽지를 주렁주렁 매단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의 느티나무 등 책은 갖가지 이야기를 품고 있는 노거수 54그루를 소개한다. 지은이 이지용(영남일보 사진부 기자)은 나무에 얽힌 오래된 이야기와 함께 그 고장의 전설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노거수 인근의 관광지도 소개하고 있어, 가족 나들이 때 끼고 가면 아이들과 이야깃거리가 풍성하겠다. 사진을 많이 곁들여 읽는 재미를 더한다. 255쪽, 1만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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