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주민들이 1만원씩, 10만원씩 보탠 장학기금이 이제 1억원을 넘어섰네요. '티끌 모아 태산'이 바로 이런 거 아닙니까. 허허…."
29일 오후 대구 북구 대현동주민센터에서 김창수(75) 대현장학회 회장이 너털웃음을 지었다. 대현장학회는 이달 23일 대현동에 사는 고등학생 13명에게 각각 50만원씩 65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1997년부터 14회째 이어오고 있는 연례행사다. 이 장학회는 거액을 내놓은 기부자 한두 명이 만든 단체가 아니라 주민들이 '내 동네 어려운 이웃은 내가 돕는다'는 마음으로 조금씩 모은 돈으로 설립한 '동네 장학회'다.
지역 주민들이 작은 정성을 모아 만든 '대현 장학회'가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 릴레이'를 펼치고 있다.
대현동은 '부자 동네'가 아니다. 이 동네는 6'25전쟁 때 피란민촌이 형성돼 도심 개발이 늦게 시작됐고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선 것도 최근 5년 사이다. 주택가 밀집지에다 토박이가 많이 사는 대현동에서는 자연스레 주민 사이의 소통도 활발할 수밖에 없었다.
대현장학회 총무를 맡고 있는 정복해(54) 씨는 "동네가 낙후돼 있으니까 주변을 둘러보면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정말 많더라"며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도와줄까 하다가 주민들끼리 힘을 모아 '장학회'를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마음먹은 대로 장학 사업을 바로 시작할 수 없었다. 문제는 '홍보'였다. 장학기금 5천만원을 모으는 데만 1991년부터 꼬박 6년이 걸렸다. 1996년 76명의 회원들이 힘을 보태 마침내 기금 5천만원을 조성했고 '대현2동 장학복지회'를 발족했다.
최용조(70) 대현장학회 부회장은 "동네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장학회의 취지를 설명하고 '1만원이라도 괜찮으니 힘을 보태자'고 알렸다. 올해 85세인 한 어르신은 10년 전부터 매년 20만원씩 꼭 장학회에 기금을 낸다. 평범한 이웃들이 십시일반 보탠 돈이기에 더 의미가 있는 것 아니냐"고 웃었다.
처음에는 장학금으로 영세민 가구와 소년'소녀가장 가구를 지원하는 데 그쳤지만 기금이 늘어나면서 지원대상을 확대했다. 돈 때문에 학업을 중단하는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뒤 2003년부터 중'고등학생 장학금으로 기금의 대부분을 사용하고 있다. 2005년 장학기금 1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 기준으로 총 133명의 회원들이 참여해 1억2천800여만원의 장학기금을 운용 중이다.
백종현 대현장학회 운영위원은 "동네 통장들이 어려운 환경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고등학생들을 추천하면 심사를 거쳐 장학금을 전달한다. 환경이 힘들다고 꿈을 포기하거나 엇나가는 청소년들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것이 장학회 회원들의 소박한 바람"이라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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