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난세의 간웅 탈레랑

탈레랑(샤를 모리스 드 탈레랑 페리고르)은 프랑스 대혁명 이후의 격변기에 활약한 탁월한 정치가이자 외교관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난세를 잘 헤쳐나간 끈질긴 정치 생명력의 소유자였다. 가톨릭 주교였던 그는 대혁명이 일어나자 삼부회 의원으로 참여, 공직자로 변신했다. 혁명 온건파였던 그는 영국의 개입을 막으려고 외교 사절로 나섰다가 강경파인 로베스피에르 체제가 들어서자 미국으로 망명했다.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가 끝난 후 귀국한 그는 자신이 정계로 이끈 나폴레옹이 쿠데타로 집권하자 미국 전문가로 행세한 것이 먹혀 외무상으로 기용됐다. 이어 황제가 된 나폴레옹의 총애를 계속해서 받았으나 유럽 정복에 나선 나폴레옹에게 휴전을 건의했다가 눈 밖에 나 사임했다.

러시아 원정에 실패한 나폴레옹이 그를 다시 불렀으나 왕정 가능성이 크다고 본 그는 응하지 않았으며 루이 18세가 즉위한 뒤에야 외무상에 복귀했다. 나폴레옹의 100일 천하 때 오스트리아 빈으로 피신한 뒤 이후의 왕정 체제에서 사임을 강요당했으나 음모를 꾸며 밀려나지 않았다. 1754년 오늘 태어난 그는 1838년 85세로 숨질 때까지 체제를 넘나들면서 축재한 부와 권력을 마음껏 누렸다.

김지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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