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객석에서] 작전! 임이랑 지우기

웃다가 울다가 100분이 금방!

누구나 한 번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후회스런 일이나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싶다는 마음에서 과거여행을 꿈꾸는 것이다. 아트플러스씨어터 무대에 오른 연극 '작전! 임이랑 지우기'는 그런 상상에서 출발하는 독특한 발상의 작품이다.

2027년 미래. 국가는 심각한 인구감소를 막기 위해 자살 시도를 하는 이들을 미리 격리해 치료한다. 그 속에 '임이랑'이라는 17세 소녀가 있다. 이 소녀는 자신을 낳다 엄마가 사망한 사실로 인해 아빠가 자신을 미워한다고 생각하고 몇 차례나 자살을 결심하지만 실패를 거듭한다. 급기야 임이랑은 자신이 아예 태어나지 못하도록 아빠와 엄마의 연애를 방해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타임머신에 오른다. 2012년으로 거슬러온 임이랑은 젊은 시절의 아빠와 엄마를 갈라놓으려고 아빠가 준비한 선물을 감추거나 다른 여성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등의 방해 공작을 펼친다. 철부지 같은 그런 행동은 한편으로 관객의 가슴을 젖게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런 아픔을 관객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연신 잔잔하면서도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그래서 더욱 여운이 남는지도 모른다.

이 작품을 유쾌하게 풀어가는 역할은 단연 멀티맨과 멀티녀가 맡는다. 이들은 공연 사이사이에 등장해 자칫 슬픈 멜로물로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를 확 끌어올린다. 임이랑이 젊은 시절의 아빠와 엄마를 떼어놓기 위해서 아빠에게 소개해줄 여성을 고르기 위해 찾아간 결혼정보회사에서의 장면이나 아빠와 엄마가 서로 사랑으로 연결되는 대학교 MT 장면에서 이들의 연기는 마치 개그콘서트를 보는 듯 배꼽을 잡게 한다. 특히 결혼정보회사 장면에서 옌벤 처녀와 무당, 돌싱녀 등으로 카멜레온처럼 변신하며 능청스러운 표정과 연기를 보여주는 멀티녀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 작품은 SF적 요소에다 로맨틱코미디의 공식인 청춘의 사랑과 멀티맨의 코믹 연기, 거기에다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까지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요소가 적절하게 잘 버무려졌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적재적소에서의 배우들의 연기는 관객을 웃기다 울리다 한다. 그렇기에 1시간 40분의 다소 긴 공연 시간임에도 지루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한편 극단 돼지(대표 이홍기)는 이 작품을 9월 23일까지 장기 공연한다. 053)422-7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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