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배움의 공동체' 수업…입이 열리고, 교실이 소통한다

학생들의 입이 열리고 교실은 소통이 시작 됐다

'서로 도우며 함께 자라자.' 교실이 무너졌다는 비판이 적지 않은 가운데 수업 변화로 학교를 바꿔보겠다는 움직임이 있어 화제다. 경북대사범대부설중학교의 '배움의 공동체 수업' 모습.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흔히 학교를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사회의 문제점은 학교 안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경쟁과 낙오, 소통과 소외 등의 문제도 학교에서 찾을 수 있다. '학교폭력'이 그것이다. 학교의 바라보는 또 다른 인식은 보수적인 곳이라는 점이다. 학부모들은 과거 자신들이 받던 교육 모습을 자녀의 교실에서도 보게 되면서 학교는 변화에 둔감하다고 질타한다.

교육 당국은 배움터 지킴이를 늘리고, 교실 복도 창문을 투명유리로 바꾸는 등 학교도 노력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것으로 학교가 싫다는 학생이 절반을 넘는 현실을 바꿀 수 있다고 하기엔 낯뜨겁다. 그래서 '학교 활동의 중심인 수업을 바꿔 학교를 변화시키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 더 반갑다. 수업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학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학생이 소외받지 않는' 사대부중

이달 2일 오후 경북대사범대부설중학교(이하 사대부중) 2학년 7반 교실. 'ㄷ'자형 으로 배치했던 책상을 옮겨 네 명씩 모여 앉았다. 이후 전미진 교사가 국어 교과서 속 '라디오 프로그램 속 표현' 단원 수업을 진행했다. 다른 과목 교사들은 물론 마침 실습을 온 교생들까지 50여 명이 수업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학생들의 행동은 자연스러웠다.

학생들은 전 교사가 만들어온 학습지를 보면서 손짓, 몸짓, 표정, 시선 등 비언어적 표현에 대한 문제를 풀었다. 이후 배운 내용을 이용해 알고 있는 소설을 라디오 대본으로 각색해보는 활동을 했다. 소설 '소나기'를 이용해 사랑이 싹트는 장면을 묘사하려던 모둠에서 한 학생이 "비 피할 때 소년이 옷을 벗어주는 장면을 넣자"고 하자 다른 학생이 "에이, 야해"라고 하는 바람에 다들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20여 분 동안 대본을 작성한 학생들은 제법 감정을 살려 대본을 발표했다.

수업이 끝난 뒤 교사, 교생들은 비어 있는 옆 반으로 자리를 옮겨 협의회를 가졌다. 수업을 지켜봤던 교사들은 학생들을 관찰한 소감을 하나 둘 털어놨다. "내 수업 때는 별 관심이 없이 조는 경우가 많은 아이인데 그렇게 발표를 잘하는 걸 보니 놀랍다", "평소 소극적인 성격인 아이인데 발표를 잘 해보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등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수업 방식에 변화를 줘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려는 사대부중의 시도가 눈길을 끌고 있다.

사대부중이 시도하고 있는 방식은 일본에서 시작된 '배움의 공동체 수업'. 교사는 수시로 학생의 의견을 묻는 등 최대한 수업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학생들은 모둠을 지어 서로 공부를 돕는다. 사대부중은 모든 수업에서 이 방식을 적용하는 한편 이 방식이 제대로 정착되도록 수업 공개와 더불어 협의회를 열고 있다.

수업 공개는 매주 목요일 시행한다. 이 날은 오전 수업만 한 뒤 한 학급씩만 남겨 공개 수업을 진행하는데 매번 과목, 학급은 바뀐다. 보통 학교에서 열곤 하는 수업 공개 행사와 다른 점은 교사가 어떻게 가르치는지 보는 게 아니라 어떤 시점에서 학생들이 배우고 익히는지 관찰하고 협의회를 통해 그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김은주 교사(국어)는 이 같은 수업 방식이 학교 수업을 생동감 있게 만든다고 했다. "늘 고개를 숙이고 의욕이 없던 아이들이 조금씩 생기를 찾는 걸 보면 뿌듯하죠. 혼자 풀 수 없는 과제를 받고는 대화를 하며 함께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협력을 배웁니다."

학생들의 반응도 좋다. 윤제성(2학년) 군은 이 수업 방식이 재미있고 유익하다고 했다. "친구가 묻는 질문에 대답을 해주다 보면 제가 알고 있던 것이 다시 한 번 정리돼 배운 내용이 기억에 오래 남아요. 혼자 공부하던 때와 달리 같이 공부하니까 공부가 훨씬 재미있고 수업 시간도 덜 지겨워요."

사대부중 한원경 교장은 이 수업 방식을 통해 학교가 활기로 넘치기를 꿈꾸고 있다. "학교의 본질인 수업이 변하지 않으면 학교의 변화도, 학생의 행복도 없어요. 이 수업을 통해 한 아이도 교실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할 겁니다."

◆ '같이 배우고 함께 자라는' 대구고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생 간 대화와 토론을 하고 협력해 과제를 해결하는 수업이 바람직하다 해도 대학입시를 눈앞에 둔 고교에서 이 방식을 적용할 수 있을까. 그 답을 보여주고 있는 곳이 대구고등학교다. 사실 '배움의 공동체 수업'은 사대부중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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