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학교를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사회의 문제점은 학교 안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경쟁과 낙오, 소통과 소외 등의 문제도 학교에서 찾을 수 있다. '학교폭력'이 그것이다. 학교의 바라보는 또 다른 인식은 보수적인 곳이라는 점이다. 학부모들은 과거 자신들이 받던 교육 모습을 자녀의 교실에서도 보게 되면서 학교는 변화에 둔감하다고 질타한다.
교육 당국은 배움터 지킴이를 늘리고, 교실 복도 창문을 투명유리로 바꾸는 등 학교도 노력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것으로 학교가 싫다는 학생이 절반을 넘는 현실을 바꿀 수 있다고 하기엔 낯뜨겁다. 그래서 '학교 활동의 중심인 수업을 바꿔 학교를 변화시키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 더 반갑다. 수업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학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학생이 소외받지 않는' 사대부중
이달 2일 오후 경북대사범대부설중학교(이하 사대부중) 2학년 7반 교실. 'ㄷ'자형 으로 배치했던 책상을 옮겨 네 명씩 모여 앉았다. 이후 전미진 교사가 국어 교과서 속 '라디오 프로그램 속 표현' 단원 수업을 진행했다. 다른 과목 교사들은 물론 마침 실습을 온 교생들까지 50여 명이 수업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학생들의 행동은 자연스러웠다.
학생들은 전 교사가 만들어온 학습지를 보면서 손짓, 몸짓, 표정, 시선 등 비언어적 표현에 대한 문제를 풀었다. 이후 배운 내용을 이용해 알고 있는 소설을 라디오 대본으로 각색해보는 활동을 했다. 소설 '소나기'를 이용해 사랑이 싹트는 장면을 묘사하려던 모둠에서 한 학생이 "비 피할 때 소년이 옷을 벗어주는 장면을 넣자"고 하자 다른 학생이 "에이, 야해"라고 하는 바람에 다들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20여 분 동안 대본을 작성한 학생들은 제법 감정을 살려 대본을 발표했다.
수업이 끝난 뒤 교사, 교생들은 비어 있는 옆 반으로 자리를 옮겨 협의회를 가졌다. 수업을 지켜봤던 교사들은 학생들을 관찰한 소감을 하나 둘 털어놨다. "내 수업 때는 별 관심이 없이 조는 경우가 많은 아이인데 그렇게 발표를 잘하는 걸 보니 놀랍다", "평소 소극적인 성격인 아이인데 발표를 잘 해보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등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수업 방식에 변화를 줘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려는 사대부중의 시도가 눈길을 끌고 있다.
사대부중이 시도하고 있는 방식은 일본에서 시작된 '배움의 공동체 수업'. 교사는 수시로 학생의 의견을 묻는 등 최대한 수업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학생들은 모둠을 지어 서로 공부를 돕는다. 사대부중은 모든 수업에서 이 방식을 적용하는 한편 이 방식이 제대로 정착되도록 수업 공개와 더불어 협의회를 열고 있다.
수업 공개는 매주 목요일 시행한다. 이 날은 오전 수업만 한 뒤 한 학급씩만 남겨 공개 수업을 진행하는데 매번 과목, 학급은 바뀐다. 보통 학교에서 열곤 하는 수업 공개 행사와 다른 점은 교사가 어떻게 가르치는지 보는 게 아니라 어떤 시점에서 학생들이 배우고 익히는지 관찰하고 협의회를 통해 그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김은주 교사(국어)는 이 같은 수업 방식이 학교 수업을 생동감 있게 만든다고 했다. "늘 고개를 숙이고 의욕이 없던 아이들이 조금씩 생기를 찾는 걸 보면 뿌듯하죠. 혼자 풀 수 없는 과제를 받고는 대화를 하며 함께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협력을 배웁니다."
학생들의 반응도 좋다. 윤제성(2학년) 군은 이 수업 방식이 재미있고 유익하다고 했다. "친구가 묻는 질문에 대답을 해주다 보면 제가 알고 있던 것이 다시 한 번 정리돼 배운 내용이 기억에 오래 남아요. 혼자 공부하던 때와 달리 같이 공부하니까 공부가 훨씬 재미있고 수업 시간도 덜 지겨워요."
사대부중 한원경 교장은 이 수업 방식을 통해 학교가 활기로 넘치기를 꿈꾸고 있다. "학교의 본질인 수업이 변하지 않으면 학교의 변화도, 학생의 행복도 없어요. 이 수업을 통해 한 아이도 교실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할 겁니다."
◆ '같이 배우고 함께 자라는' 대구고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생 간 대화와 토론을 하고 협력해 과제를 해결하는 수업이 바람직하다 해도 대학입시를 눈앞에 둔 고교에서 이 방식을 적용할 수 있을까. 그 답을 보여주고 있는 곳이 대구고등학교다. 사실 '배움의 공동체 수업'은 사대부중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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