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슈 논쟁] 달성군 vs 고령군, 강정고령보 공도교 차량통행

"차 통행용으로 설계된 교량 아니다" "하중 43t 다리를 보 관리

강정고령보 공도교 전경.
강정고령보 공도교 전경.
정수현 대구 달성군의원
정수현 대구 달성군의원
곽광섭 경북도 의원 (고령군)
곽광섭 경북도 의원 (고령군)

달성군과 고령군이 낙동강 강정고령보의 공도교(우륵교)의 차량통행 문제를 놓고 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달성지역에선 "우륵교의 경우 당초 보의 유지관리 및 보행자와 자전거 통행을 고려해 설계돼 안전사고 우려 등으로 차량통행이 불가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고령지역은 "각종 차량의 물류비용 절감, 지역 균형발전, 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차량통행 허용이 마땅하다"며 서로 맞서고 있다.

강정고령보의 관할 관청인 부산국토관리청은 이들 두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수차례에 걸쳐 협의 과정을 거쳤으나 지금까지 서로 간 의견차이가 좁혀지지 않은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현재 양쪽 지자체에서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지방의원들의 입장을 들어본다.

◆"차 통행용으로 설계된 교량 아니다" 정수헌 대구 달성군의원

-강정고령보 공도교에 대한 차량통행은 왜 안 되는가.

▶강정고령보 공도교에 차량통행을 허용한다면 당장 도로 유지관리 및 안전사고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공도교는 애당초 차량통행용으로 설계된 교량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공도교는 4대강 자전거도로의 국토종주 노선으로 지정됐는데다 자전거 도로의 공도교 시점이 직각으로 설치돼 있다. 이 때문에 자전거 이용자 및 보행자들이 이곳을 지나다니는 차량과 잦은 충돌사고가 날 게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또 공도교 접속도로의 경우 고령 구간만 설계, 시공돼 있는 상태다. 달성군은 공도교의 차량 미통행 원칙에 따라 수자원공사의 내부관리용 도로까지 도시계획도로로 확장해 지난해 9월 준공을 마쳤다.

현재 강창교에서 강정고령보까지 이어지는 왕복 2차로 도로도 관광지와 식당, 주택이 꽉 들어서 매우 혼잡한 상태다. 가령 공도교에 차량통행을 허용한다면 기존 도로와 별도로 진입도로를 추가로 확장해야 할 입장이다. 이럴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예산낭비는 물론 인근 주민들의 집단민원 문제가 불거질 것이다. 공도교 진입도로를 새로 개설한다면 기존 도로와의 높낮이 차이가 커 교량형태나 성토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다. 인근 식당가가 모두 도로부지로 편입돼야 하는 등 이주비 등 도로개설에 따른 비용은 약 1천5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설령 사업비가 마련된다 하더라도 인근 매운탕 식당가(옛 강정유원지) 업주들의 반대가 워낙 완강해 새로운 민원에 휩싸일 개연성이 높다.

-고령 쪽에서는 차량의 물류비용 절감, 경제적 효과 등을 이유로 공도교의 차량통행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어떠한가.

▶한마디로 공도교의 차량통행 허용 시 거리 단축 효과가 미미해 경제적 이득은 그리 없을 것으로 본다. 실례로 성서산단 중심부에서 낙동강 강정고령보 반대편인 다산면사무소까지 출퇴근한다고 가정해보자.

성서산단 중심부에서 기존의 사문진교를 거쳐 다산면사무소로 갈 경우 거리는 8.4㎞이다. 반대로 성서산단에서 강창교와 강정고령보를 지나 다산면사무소까지의 거리는 8.8㎞였다. 강정고령보를 거치는 것보다 기존 사문진교를 이용할 경우 오히려 0.4㎞가 짧은 것으로 조사결과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공도교에 차량을 통행시킬 경우 강정고령보가 지닌 본래의 문화'관광자원의 기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강정고령보는 고령의 대가야 문화를 상징하는 가야금을 만든 우륵의 우륵교, 가야금 12줄의 물풍금, 연주공간인 탄주대와 현대의 건축미를 가미한 디아크(물 문화관) 등을 형상화해 낙동강을 비롯한 4대강 전체 16개 보를 대표할 만큼 최고의 관광명소로 손꼽히고 있다.

이처럼 강정고령보의 설계 콘셉트가 '정(靜)적인 친수공간'으로 설계된 상태에서 각종 차량이 강을 무분별하게 횡단하고 이에 따른 사고가 빈발할 경우 문화관광 기능은커녕 되레 역효과를 자초할 것이라고 본다.

관광객들이 강정고령보를 보고 즐기기 위해 평일에는 하루 약 2천여 명, 주말에는 7천~2만 명까지 몰려오고 있는 실정이다.

-강정고령보의 차량통행 제한에 따른 새로운 교량 건설 등 다른 대안은 없는가.

▶다시 한 번 강정고령보 공도교의 차량통행 제한이 마땅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설령 차량통행을 허용한다고 해도 관리기관인 수자원공사가 보 수문의 정기'수시'홍수기 점검 등을 위해 연간 100일 이상 차량을 통제해야 할 입장이다. 이처럼 강정고령보의 공도교는 일반도로서의 역할을 하기 힘들다는 사실은 불문가지다. 정부의 광역도로망 사업으로 1천300억원의 예산을 들여 강정고령보 상류 약 2,5㎞ 지점인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에서 경북 고령군 다산면을 잇는 3.9㎞ 도로(낙동강 통과 교량 구간 1㎞ 포함) 개설 계획이 수립돼 있는 것으로 안다. 달성'김성우기자 swkim@msnet.co.kr

◆"하중 43t 다리를 보 관리용이라니…"=곽광섭 경북도의회 의원(고령군)

- 강정고령보 공도교(우륵교) 차량통행의 당위성은 무엇인가.

▶강정고령보는 대구'경북의 대표적인 '불통'의 현장이다. 경북 고령군과 대구 달성군을 잇는 강정고령보는 총 연장 1㎞, 저수용량 1억800t 규모로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예술성까지 뛰어나 주말이면 수천여 명이 몰려드는 등 새로운 관광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더구나 총사업비 890억원을 들여 설계하중 1등급 교량 수준인 43.2t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건설했고, 차량 통행이 가능하도록 왕복 2차로 도로로 포장했다. 중앙 분리대와 인도까지 설치돼 있다. 전국 4대강 16개 보의 차량통행 실태를 살펴봐도 왕복 2차로 교량을 갖춘 영산강의 승촌보와 금강의 공주보, 낙동강의 함안창녕보, 창녕합천보, 강정고령보 등 5개 교량 가운데 강정고령보를 제외한 4개 보의 공도교에는 모두 차량통행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강정고령보의 관리주체인 한국수자원공사 측은 이 교량을 단순히 보의 유지보수와 관리를 위한 공도교로서의 역할만 강조하면서 준공 1년 6개월이 지나도록 차량통행을 금지하고 있으니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강정고령보 우륵교의 차량통행이 실현될 경우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무엇인가.

▶우선 고령군 다산일반산업단지와 대구 성서산업단지 간의 접근성 개선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고령 다산일반산업단지 입주업체 대부분은 성서산단 협력업체들로 두 산업단지 간에 하루 2만1천400여 대의 물류운송차량이 교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우륵교의 차량통행이 가능할 경우 현재 14㎞를 우회해 30여 분 이상 걸리던 것이 통행거리는 1.5㎞, 통행시간도 2분 정도로 단축된다. 이처럼 시간과 물류비용 절감에 따른 경제적 이익은 연간 3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도시근교 농업을 하고 있는 고령군 다산면의 농산물 대부분은 대구 매천동 농산물 도매시장과 팔달시장에 출하되고 있는데 우륵교가 개통되면 더욱 신선한 고령의 농산물을 대구시민에게 공급할 수 있고, 농가소득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대구경북 주민들 간 접근성과 편의성이 높아지고 양 지역 간에 사회'문화'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동반성장할 수 있어 상생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강정고령보 우륵교의 차량통행 실현을 위한 향후 대책은 무엇인가.

▶우륵교의 차량통행이 이뤄지려면 무엇보다 양 지자체의 적극적인 주민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또 협의체를 구성해 보 명칭을 둘러싼 주민 간 반목과 갈등을 해소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고령군은 주민 편의와 지역경기 활성화를 위해 2011년 10월 보 준공에 맞춰 31억원을 들여 우륵교와 고령군을 잇는 접속도로를 개통한 상태다. 우륵교의 접속도로 개설을 위해 정부가 국비 22억원을 지원했다는 것은 이 교량이 차량통행이 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현재 한국수자원공사와 대구시, 고령군, 달성군 모두 각자의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자신들의 목소리만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 다행히 경북도의회 건설소방위원회가 3일 우륵교 현장을 방문하고 경북도가 이 문제를 심도 있게 검토해 해결에 앞장서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문제는 시'도민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도록 경북도와 대구시, 고령군과 달성군 간 협의체를 구성해 상호 노력하고 정부를 설득해 대구시 구간의 접속도로도 시급히 개설해야 한다. 고령'정창구기자 jungc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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