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FC와 대구스타디움. 둘은 따로 놀 수 없는 하나다. 대구FC는 대구스타디움 내에 보금자리를 틀고 있다. 운명처럼 둘은 탄생 배경을 같이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이란 한 줄기 큰 회오리바람을 타고 나타난 후 사그라지는 행적마저 똑같다. 월드컵 당시의 바람을 살리려는 대구시의 노력에도, 둘은 대구 시민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대구스타디움은 2002년 월드컵을 1년 앞둔 2001년 5월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에 맞춰 대구월드컵경기장이란 이름으로 개장했다. 6만여 관람석을 갖춘 대구월드컵경기장은 월드컵 경기를 통해 대구 시민들을 열광케 했다. 이에 고무된 대구시와 대구상공회의소는 2002년 말 전국 최초의 시'도민 프로축구단인 대구FC를 탄생시켰다.
대구FC와 대구스타디움은 그러나 지금 천덕꾸러기,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이보다 더 큰 사고뭉치가 될 가능성도 크다. 일부 대구시의원들과 시민들은 '돈 먹는 하마'라며 둘의 운영 주체인 대구시를 비난하고 있다. 각종 포럼이나 세미나에서도 둘은 성토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면 둘은 출발을 잘못했다.
대구FC의 처지에서 보면, 대구스타디움은 애초 진정한 대구월드컵경기장(축구 전용 경기장)으로 건립돼야 했다. 대구시는 대구월드컵경기장 건립 계획을 세울 때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를 염두에 두고 종합 경기장으로 이를 설계했다. 이 덕분에 대구시는 유니버시아드대회와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구월드컵경기장은 2008년 3월 대구가 유치한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흥행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화려한 영광을 지닌 채 그 이름을 빼앗겼다. 만약 축구 전용 경기장으로 지어졌다면 대구월드컵경기장과 대구FC의 처지가 꽤 달라지지 않았을까.
대구FC는 대구시의 잘못된 판단으로 탄생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경기장과 길거리를 가득 메운 시민들의 축구 열기를 축구 전체에 대한 사랑으로 잘못 판단한 것이다. 월드컵의 열기에 고무된 대구시장과 지역 경제인들은 프로축구팀을 만들면 구름 관중이 몰릴 것으로 내다봤다. 시민들이 국가대표 축구팀에만 관심이 있지 국내 프로축구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현실을 정확하게 진단하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그라운드와 관람석의 거리가 먼 대구스타디움은 대구FC의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대구스타디움은 너무 큰 탓에 관람객에게 전용 구장과 같은 축구의 박진감을 전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2만 관중이 들어와도 텅 빈 느낌이 들 정도다.
하지만, 대구스타디움과 대구FC는 여전히 대구의 랜드마크이자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시민축구단이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둘의 가치는 확 달라진다. 250만 시민이 사는 대구시의 공공재로 본다면 둘은 이미 상당 부분 그 값어치를 했다. 앞으로 더 큰 효과를 낼 수도 있다. 둘은 대구의 자랑거리가 될 요소를 풍부하게 지니고 있다.
대구스타디움은 대구에서 가장 큰 공공 체육 시설이다. 대구스타디움을 둘러싸는 대구체육공원은 시민들의 생활체육 공간이자 여가를 즐기는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대구스타디움은 또 대구를 찾은 타 지역이나 외국 손님들에게 자랑하기에 손색없는 시설이다. 여름철 이곳에는 무더위를 피해 수많은 시민이 몰린다.
대구FC는 우리나라 최초의 시민축구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비록 올 시즌 성적이 좋지 않지만, 축구 팬을 비롯한 시민들의 스포츠 관람 욕구를 해결하는 분출구로 존재하고 있다. 국제도시를 지향하는 대구를 대표하는 축구단으로 대구FC는 앞으로 큰 역할을 해야 한다. 대구FC가 이미 2부 리그로 추락한 광주FC의 전철을 밟을지라도,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스포츠인 축구팀이 대구에 없다고 가정하면, 대구FC의 존재 가치는 더욱 두드러진다.
대구FC의 홈경기 때 대구스타디움에서는 경기 시작에 앞서 시민들의 가슴을 뜨겁게 하는 '대구찬가'가 울려 퍼진다.
'능금꽃 향기로운 내 고향땅은/ 팔공산 바라보는 해 뜨는 거리/ 그대와 나 여기서 꿈을 꾸었네/ 아름답고 정다운 꿈을 꾸었네/ 둘이서 걸어가는 희망의 거리/ 능금꽃 피고 지는 사랑의 거리/ 대구는 내 고향 정다운 내 고향.'
길옥윤이 작사'작곡하고 패티김이 노래한 대구찬가가 말없이 대구스타디움을 내려다보는 대덕산 자락을 타고 대구 전역에 울려 퍼질 때가 언젠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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