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은 올해도 매우 더울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한전은 사상 초유의 전력난으로 단계별 매뉴얼을 정하여 대처하는 방법을 홍보하느라고 진땀을 흘리고 있다. 더위가 지속되면 인간은 평상심을 잃게 되고, 엄청난 고통을 겪을 텐데 전기까지 모자라면 그 여파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대구는 전국에서 가장 더운 도시로 소문이 났고, 대구사람들은 '욱'하는 기질이 있어 자칫하면 이런저런 사고의 온상이 되지 않을까 '기우'같은 걱정을 해본다.
전력수급난처럼 우리는 내일을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한 치 앞도 모르는데 십 년 뒤나 백 년 뒤를 예측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밀레니엄 천 년이 시작될 때 우리는 새로운 천 년이 시작되면 우리에게 희망의 신천지가 펼쳐질 것으로 흥분되어 있었다. 다가오는 천 년이 어떤 천 년이 될 것인가에 대해 소위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의 생각을 내놓기에 바빴고, 나라마다 새 천 년 프로젝트를 만든다고 야단이었다. 그러나 그 천 년이 겨우 십 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는 IMF라는 국가 부도위기를 처참히 이겨내야 했고, 미국 경제는 부동산의 거품이 빠지면서 금융대란이 일어났고, 그리스와 스페인에서 시작된 유럽발 경제위기는 유럽 전체를 재정위기로 몰아갔다. 새로운 천 년의 기대와 꿈은 고통과 좌절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지금 당장 눈앞에 닥친 전력수급조차 예측 못 하는 우리 인간이 새로운 천 년에 닥치는 일들을 예측하며 프로젝트를 만든다는 것은 어쩌면 공염불일 수 있다. 그렇다고 선조가 물려준 소중한 자산을 후손들에게 더욱 빛나게 물려 주어야 하는 책임을 가지고 현재를 사는 우리가 수수방관만 할 수도 없다. 자치단체마다 무엇인가 좀 된다고 하면 너도나도 뛰어들어 비슷한 행사를 개최하거나, 같은 시설을 중복으로 짓는 습관도 버려야 한다. 그동안 대구는 나무를 많이 심었다. 분지의 특성상 더위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도 아닌 만큼 차라리 더위를 이용하여 여름이면 대구를 벗어나는 시민들을 도심 속에 묶어두고 더위를 즐길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은 어떨까? 특히 주변에 산이 많으니 산속에 토굴을 많이 파서 여름에 경주의 포석정처럼 토속 막걸리를 개울물처럼 흐르게 하고, 표주박을 띄워 놓고 동굴에서 음악도 듣고, 시낭송도 한다면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측할 수 없는 천 년을 생각하지 말고 당장 현실에 닥친 상황을 다른 생각으로 풀어갈 때 도시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더위를 축복으로 생각하고 상품을 만들어보자.
최규목<시인 gm3419@daegu.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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