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남은행 매각 둘러싼 변수…정치 이슈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세 차례나 매각이 무산되는 우여곡절 끝에 경남은행의 분리 매각이 결정됐다. 하지만 앞길은 마냥 순탄해 보이지는 않는다. 여러 가지 변수가 매각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가장 큰 변수는 경남은행 매각이 정치 이슈화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출혈 경쟁으로 '승자의 저주'가 나타나는 경우다. 두 가지 모두 DGB금융지주와 BS금융지주에게 부담이 되는 경우의 수다.

◆정치 이슈화 최대 변수

경남은행 매각은 복잡한 퍼즐이다.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라는 경제적 관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경남, 부산, 대구의 정서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법과 원칙에 따른 매각"을 주장하며 정치 쟁점으로 비화되는 것을 차단해왔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둔 만큼 정치 이슈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정치 쟁점화의 불이 당겨졌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진행된 '경남은행 지역 환원 독자생존 민영화'를 촉구하는 100인 서명에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비롯해 경남지역 국회의원, 경남 도내 시장·군수 등이 대거 참여했기 때문이다.

정치적 배경도 무시할 수 없다. DGB금융지주와 BS금융지주 모두 새누리당 지지세가 탄탄한 지역을 기반으로 영업 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어 두 지역 출신 정치인들은 자기 지역의 금융지주가 경남은행 인수자로 결정되는 것을 원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자칫 여권 내부의 지역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내재해 있는 셈이다. 최근 금융당국의 압력으로 BS금융지주 회장이 사퇴한 것도 정치 이슈화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경남은행 매각이 정치 이슈로 확대될 경우 남부권 신공항 갈등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출혈 경쟁은 오히려 독

경남은행 매각은 최고가 낙찰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매각 발표에는 낙찰방식에 대한 명시적인 표현이 없었지만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실무 추진 과정에서 최고가 낙찰방식이 중시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고가 낙찰방식을 들고 나온 이유는 분명하다.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고 정치적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최고 가격을 적어낸 인수 후보가 경남은행을 가져가는 만큼 특혜 시비를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가격이 올라가는 최고가 낙찰은 인수 후보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 현재 DGB금융지주와 BS금융지주는 합리적인 입찰 가격을 제시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인수전 막판에 무리수를 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수 여부에 그룹의 미래가 달려 있는 만큼 우선 낙찰을 받고 보자는 판단이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금호그룹이 무리하게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바람에 휘청거렸던 사례처럼 지나친 가격 경쟁은 이른바 '승자의 저주'라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에 대해 두 금융지주 관계자들은 "조직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경남은행을 인수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제시해 주주나 회사 경영에 타격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승자의 저주를 경계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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