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달 국립공원

1957년 10월 4일 오후 7시 28분 34초(국제 표준시). 구 소련 카자흐 지역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R-7 로켓이 하늘로 솟구쳤다. 여기엔 지름 58㎝, 무게 84㎏짜리 세계 첫 위성 스푸트니크 1호가 실려 있었다.

미국은 발칵 뒤집혔다. 소련 공산당 서기장 흐루시초프가 "수소폭탄을 실은 대륙 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허풍으로 치부하던 미국이었다. 소련은 이어 11월에는 개를 실은 스푸트니크 2호를 우주에 쏘아 올렸다.

초라해진 미국은 12월 6일 최초의 위성 뱅가드 TV3를 탑재한 로켓을 발사해 반격에 나섰다. 그러나 이 로켓은 발사 2초 만에 1.2m를 올라가다 폭발해 버렸다. 미국은 이듬해 1월 무게 14㎏짜리 익스플로러 1호 위성 발사에 성공하면서 위성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소련은 1959년 루나 1'2'3호를 잇달아 우주로 보내 달 사진을 찍는 등 한발 앞서 나갔다. 무인 우주선 루나 9호를 달에 가장 먼저 착륙시킨 것도 소련이었다.

그러나 달을 둘러싸고 전개된 미'소 간 경쟁의 최종 승자는 미국이었다. 1969년 7월 16일 미국 케이프 케네디 기지. 36층 높이의 거대한 새턴 로켓(아폴로 11호)이 불기둥을 뿜었다. 대장 암스트롱과 올드린, 콜린스 등 세 명의 미국 우주인이 탑승했다. 4일 뒤인 1969년 7월 20일 오후 4시 17분 40초(미국 동부 시간) 달 착륙선 이글호는 조용히 달의 고요의 바다에 내려앉았다. 달에 첫발을 내디딘 최초의 인간은 닐 암스트롱으로 기록됐다. 그는 "이것은 한 인간에게는 작은 발자국에 불과하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 될 것"이란 명언을 남겼다. 암스트롱은 달 표면에 성조기를 세웠다. 74개 국가 원수들의 글이 수록된 원판과 그동안의 우주 경쟁에서 목숨을 바쳤던 5명의 우주인 메달도 남겼다. 미국은 아폴로 11호부터 1972년 12월 아폴로 17호까지 많은 흔적을 달에 남겼다.

미국이 달 국립공원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달 표면에 성조기를 꽂은 지 44년 만이다. 미 연방의회가 달에 국립역사공원을 조성하는 내용의 '아폴로 달 착륙 유산법'을 발의했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지점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해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도 담았다고 한다. 법안이 통과되면 1년 내에 달에 미국의 국립공원이 조성되고 관리는 미 내무부와 NASA가 맡게 된다. 이제 우주 영토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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