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막말이 귀태다

링컨의 하원의원 선거 출마 때의 일화다. 경쟁 후보가 유세에서 "링컨은 신앙심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고 비난하며 청중에게 "천국에 가고 싶은 사람은 손 들어 보세요"라고 외쳤다. 모두 손을 들었는데 링컨만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경쟁자는 "당신은 지옥에 가고 싶다는 말이군" 하며 비아냥댔다. 이에 링컨은 "천당도 지옥도 가고 싶지 않소. 지금 가고 싶은 곳은 의사당입니다"라고 대꾸했다.

왜 상대 후보는 이런 식의 네거티브로 링컨을 궁지에 몰아넣으려고 했을까. 상대의 약점과 문제점을 들춰 깎아내리고 자신이 돋보이도록 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하지만 네거티브는 귀를 솔깃하게 하는 장점은 있으나 단점이 더 많다는 사실은 각종 선거 결과나 여론이 증명한다. 득보다 실이 크다면 이는 당연히 쓸데없는 말이다. 이처럼 쓸데없는 군더더기 말을 일컬어 한자어로 췌언(贅言)이라고 한다. 췌는 혹이라는 뜻이다.

변호사 시절 링컨은 직설적인 화법으로 상대를 비방하고 모욕도 서슴지 않았다. 1842년 링컨은 제임스 실즈라는 정치인에게 반감이 컸다. 노골적으로 비난했고 신문에 익명으로 풍자문까지 투고했다. 링컨의 소행임을 눈치 챈 실즈가 결투를 신청했다. 결투는 결국 중단됐지만 이를 계기로 링컨은 두 번 다시 타인을 조롱하거나 모욕하지 않았다.

야당 정치인들의 막말로 시끄럽다. 신경민 의원이 남재준 국정원장을 '미친×'으로 표현한 데 이어 홍익표 전 대변인의 '귀태'(鬼胎) 발언까지 더해 민주당이 궁지에 몰렸다. 여기에 이해찬 상임고문이 대통령을 '당신'으로 부르며 "박정희가 누구에게 죽었는가"며 막말 대열에 끼었다. 파문이 일자 이 고문은 트위터에 '당신은 막말이 아니라 높임말'이라며 반박했고, 신경민 의원은 여당에 국어 어법을 더 공부하라고 가세했다.

높임말이든 어법에 맞든 맞지 않든 대중은 먼저 화자의 감정을 주시한다. 충분히 할 수 있는 풍자인지 아니면 그냥 깎아내리고 비방하기 위한 네거티브인지 가늠한다는 뜻이다. 그 경계에서 문제의 말이 다수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면 막말이나 췌언이지 결코 풍자가 아니다. 루쉰은 '논풍자'(論諷刺)라는 글에서 "선의도 없고 열정도 없고 단지 이 세상에는 할 만한 일도 없고 할 수 있는 일도 전혀 없다는 느낌만 준다면 결코 풍자가 아니다. 그것은 바로 냉소다"고 했다. 막말이야말로 태어나지 말아야 할 귀태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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