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코노 피플] "백열전구 꺼져도 장식용 만들 것"…김홍도 일광 대표

국내 마지막 전구회사의 자존심

"백열전구는 산업화시대의 가장 큰 상징물인데 퇴출발표에 아쉬움이 큽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가정용 백열전구의 사용을 중단키로 하면서 국내에 유일하게 백열전구를 생산하는 (주)일광은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김홍도 대표는 백열전구의 생산을 중단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새로운 길을 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1962년 문을 연 일광은 반세기 동안 백열전구를 생산해왔다. 김 대표는 "1959년 부모님이 전업사를 시작하며 백열전구를 판매하던 중 우연한 기회로 전구를 생산하게 됐다. 그때부터 백열전구와의 인연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어릴 적부터 전구 생산을 지켜봐 왔던 김 대표가 가업을 물려받는 것은 정해진 수순인 듯 했지만 김 대표는 자신만의 길을 가기 위해 대구에 시내버스 회사를 차렸다.

그러던 그가 일광으로 돌아온 것은 1998년 IMF가 터지면서다. 김 대표는 "아버님이 회사를 운영하는데 어려움을 느끼시면서 도움을 요청해 하던 일을 접고 일광을 맡았다"며 "15년간 백열전구와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가업으로 이어진 백열전구이기에 김 대표는 정부의 백열전구 퇴출 발표에 아쉬움이 크다. 그는 "100년 넘게 그 모습을 유지한 공산품은 백열전구가 유일할 것이다"며 "때문에 이번 퇴출이 가지는 상징성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인위적으로 정부가 퇴출을 시키지 않더라도 요즘은 가정에서 백열전구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은 사라지고 유지될 것은 남게 된다는 것.

이 때문에 지난 2008년 백열전구 감축 정책에 맞춰 대응책을 준비했다. 최근 5년 사이에 국내에 있던 백열전구 회사들이 하나둘 문을 닫았지만 일광이 여전히 살아 있는 것은 김 대표가 백열전구의 새 분야를 개척한 덕분이다.

그는 "70%를 차지했던 가정용 전구의 생산을 낮추고 의존도를 줄여 지금은 매출의 30% 정도밖에 안된다"며 "이제는 장식용 백열전구에 집중해 새로운 길을 열 때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백열전구 자체가 주는 은은한 빛과 모양을 인테리어 소품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짜고 있다. 이른바 '클래식'을 입힌 백열전구다.

"촛불을 쓰는 사람이 아직도 있듯이 백열전구 역시 사라지지 않고 사용하는 사람들이 계속 있을 것입니다."

김 대표는 50년간 쌓아온 백열전구 제조 기술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다른 기업이 포기를 하더라도 우리는 한다"며 "세계적인 조명 회사들이 백열전구 생산을 중단하더라도 우리는 꼭 필요로하는 이들을 위해서 계속 만들어내겠다"고 다짐했다.

글'사진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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