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게 길을 물으니 네 멋대로 가라 한다/허허당 지음/예담 펴냄
선화가 허허당(虛虛堂) 스님이 보다 자유롭고 통쾌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운 그림 잠언집이다. 이 책은 누가 나를 구제해주길, 위로해주길, 이끌어주길 바라는 나약한 마음에 경종을 울리며, 우리들이 이미 스스로 일어날 힘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온전한 존재임을 일깨우는 시와 그림들로 채웠다. 첫 번째 그림잠언집 ≪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로 파괴되고 상처 입은 뭇 생명들을 위로한 허허당 스님이 이제 보다 자유롭고 통쾌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라며 우리들을 일으켜 세운 허허당 스님은 이번 책에서는 홀로 수행하는 휴유암 주변의 '자연 벗'들을 소재 삼아 보다 간소화되고 종교색을 벗은 그림들을 소개한다. 더불어 짧은 시구에 살을 더하고 이야기를 더한 시들은 더욱 풍성해진 의미와 깊은 울림을 전한다.
자기 존재의 귀함을 깨닫게 되는 1장 '존재의 길',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게 되는 2장 '인생의 길', 지금 이 순간 행복에 눈뜨게 되는 3장 '행복의 길', 세상의 아름다움을 새삼 되돌아보게 되는 4장 '사랑의 길', 홀로 훌쩍 여행길에 오르게 만드는 5장 '여행의 길', 자연 속에서 '참 나'의 길을 찾게 되는 6장 '자연의 길' 이렇게 총 여섯 개 장으로 구성되었다.
"허허당 스님의 글은 가르치려 들지 않고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라고 쓴 한 트위터리안의 말처럼 이 책을 읽는 동안 독자들은 마음 저 밑바닥에서 조용히 눈뜨는 삶의 진리와 마주하고, 한 걸음 물러서서 자신을 돌아보는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게 한다.
허허당 스님은 "삶을 보다 자유롭고 통쾌하게 내 마음대로 한번 살아보자. 내가 우주의 중심이 되어(삶의 주인이 되어) 멋지게 한번 놀아보자"라는 이야기를 전하고자 이번 그림 잠언집을 출간한다고 그 뜻을 밝혔다. 그래선지 이 책에는 '자유롭고 통쾌하게 자신의 삶을 사는 길'로 안내하는, 마음을 빼앗는 시와 그림들이 가득하다.
스님에 대한 언론의 평가는 찬사 일색이다. "그의 글은 '비어 있음'과 '넉넉함'을 함께 지니고 있다. 그의 수행은 하얀 여백의 한지와 붓 한 자루로 이뤄진다. "(한국경제), "허허당 스님의 글과 그림에는 사람과 사회, 자연에 대한 아픈 통찰과 사랑이 담겨 있다."(불교신문), "글은 간결하고 그림은 단순한 듯하지만 범상치 않은 법력이 마음을 툭툭 건드린다."(연합뉴스)
이 책의 저자인 허허당은 출가 수행자이자 이름난 선화가다. 산중 수행 30년이다. 비학산 자락 산골마을의 단칸방 '휴유암(쉬고 노는 집)'에서 그림 그리는 일로 수행을 삼으며, 청정한 산속 명상에서 얻은 맑은 기운을 세상에 전해 사람들의 상처를 위로하고 삶을 격려하고자 트위터에 시와 그림을 올린다. 경북 고령 출신으로 열여덟 살 되던 1974년 해인사로 출가해 해은 스님을 은사로 향훈이라는 법명을 얻었다. 당대의 선승 향곡 선사 문하에서 촉망받는 수행승으로 선 수행을 쌓았고, "깨달음은 결코 찾아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비워 버리면 스스로 찾아오는 것"이라는 깨달음 뒤에 '비고 빈 집'이란 뜻의 '허허당'으로 스스로 이름을 바꿨다. 1978년부터 붓을 잡기 시작해 1983년 지리산 벽송사 방장선원에서 본격적인 선화 작업에 들어갔다. 사찰도 없고 시주도 안 받으며, 있으면 있는 대로 모두 세상과 나누어 자신의 소유로 된 재산이 없다. 소유와 집착을 버린 길 위의 삶, 이 공부 외에 다른 것은 없다고 여기고 지금껏 '비워 사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
'그런 것이다'라는 제목의 시다.
그런 것이다
때론 멀리서 들려오는
반가운 사람 목소리 하나만으로도
세상이 편안하다
그냥 있는 듯 없는 듯 문득
그리운 사람 하나 있는 것만으로도
한세상 살만하다
그런 것이다
마음을 비우면 세상 모든 것이 편안하다
살만한 세상이다
284쪽, 1만2천420원.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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