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박사 학위만 2개다. 이학박사에 보건학박사다. 지금도 천안에 있는 신학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왜 그렇게 공부를 하느냐'고 묻자 '놀면 뭐하느냐'고 답했다.
2008년 교직을 은퇴한 곽홍탁(68'대구시 수성구 범어 2동) 씨. 그의 공부는 매운탕에서 시작됐다. 1979년 매운탕을 먹으러 강창교를 지나는데 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개발의 찌꺼기였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시작한 것이 환경 공부였다. 그것이 몸을 다루는 보건학으로 이어졌고 몸을 공부하다 보니 결국 마음에 이르렀다. 지난해 신학대학원에 진학한 이유였다.
그는 지금까지 하루 5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고 했다. 물론 퇴직한 지금도 여전하다. 1년에 50회가 넘는 외부강의에 서예 노래 운동에다 외국어까지 배우고 있다.
곽 씨는 공부가 '요술상자'라고 했다. 거기서 일과 꿈이 줄줄이 쏟아져 나왔다. 정말 행복하단다.
-너무 빡빡하게 사는 것이 아닌가.
"매일 빼곡하게 스케줄이 짜여 있다. 퇴직하고 오히려 더 바빠졌다.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신기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아버지로부터 건강한 체력과 부지런함을 물려받았다. 그래서인지 움직여야 편하다. 매일 아침저녁 걸으면서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일주일에 한 번 등산을 하면서 나만의 여유를 갖는다. 건강을 유지하는 비법이라면 비법이다. 가만히 있는 것이 불편한 사람이다."
-어떻게 해서 공부를 계속하게 됐나.
"1979년이었다. 은퇴한 선배의 초라한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때 이후 노년을 준비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공부였다. 고등학교 담임을 하면서 힘들게 대학원을 다녔지만 그것 때문에 지금 이 나이에도 많은 일들이 주어지고 있다. 아직도 대학에서 강의하고 매주 한 번은 각종 외부 강의가 있다. 공부가 노후의 즐거움을 준 셈이다. 그리고 꿈도 주었다."
-공부 과정을 간단하게 소개하면.
"영남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했다. 교직에 있으면서 1983년에 영남대학교에서 환경공학과 석사 학위를 땄고 1995년 대구가톨릭대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환경 공부를 하다 보니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교육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생각에 2001년 한국교원대학에서 교육학 석사 공부를 했다. 교육보다 건강을 알면 환경의 중요성을 저절로 인식할 것 같아 퇴직 후 2011년 영남대에서 보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몸을 공부하다 보니 자연히 마음공부로 이어졌다. 지난해 고려신학대학원에 입학한 동기다. 뿌리는 하나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고 사랑이다."
-외국어도 배우고 있다고 했다.
"터키어를 배우고 있다. 천안에 있는 대학원에 공부하러 가면서 터키에 오래 계셨던 분으로부터 터키어를 배운다. 터키어는 어순도 우리와 비슷해서 다른 외국어보다 조금 쉽다. 70이 넘으면 아내와 함께 터키로 가서 꿈을 이루고 싶다. 하느님의 말씀을 나누고 싶다."
-왜 터키인가.
"터키 여행을 하면서 그곳이 좋았다. 동양적인 색채와 서양적인 색채를 모두 가진 곳이었기에 아주 매력적이었다. 70이 되면 아내와 같이 5년 정도 거기서 아름다운 마음을 나누고 좋은 말씀을 함께할 계획이다. 터키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굉장히 우호적이다. 그것도 터키를 택한 이유 중의 하나다. 노부부가 외국의 바닷가 한적한 마을에서 현지인들과 어울려 생활하는 것을 상상해봐라. 멋지지 않은가. 있을 장소도 정해 두었다."
-부인도 선뜻 동의했나.
"아내는 든든한 후원자다. 아내와 터키를 함께 여행하면서 나의 꿈을 이야기했다. 아내도 좋아했다. 우리는 바라보는 곳이 같다. 요즈음 말로 하자면 소울메이트(Soul mate)다. 아들은 왜 그렇게 고생을 사서 하느냐고 하지만 결국은 우리 부부가 행복해지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더 이상 반대하지 않았다."
-서예도 상당한 수준이라고 들었다.
"노년을 준비하기 위해 대학원 공부와 같이 시작했다. 그 당시 몸담고 있었던 학교의 교장선생이 서예를 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붓글씨를 배웠다. 주말이면 전시관을 빠짐없이 다닐 정도로 열심이었다. 각종 대회에서 상도 많이 받았다. 서예뿐 아니라 서각도 했다. 퇴임 전해인 2007년 말 '회고전 및 소장전'을 열면서 그동안의 서예 공부를 한 번 정리했다. 지금도 제자들 주례를 할 때면 좋은 글귀를 직접 써서 선물한다."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새벽기도를 간다. 오전 6시에 마치면 밥 먹기 전 뒷산에서 한 시간가량 근력운동을 한다. 저녁에는 인근 공원에서 또 한 시간가량 걷는다. 밤에는 공부하고 강의 준비를 하다 보면 자정을 훌쩍 넘긴다. 월요일과 화요일은 천안에서 신학 공부를 하고 수요일과 금요일에는 영남대에서 강의한다. 목요일은 주로 시민단체나 학교에서 환경에 대한 강의가 있다. 토요일에는 나 홀로 인근 산행을 한다. 산을 오르면서 계획도 세우고 머리를 식힌다."
-장학회도 만들었다.
"나의 호를 따서 근암(槿菴)장학회를 만들었다. 매일신문과 관련이 깊다. 2001년 매일신문사가 주최하는 '늘푸름환경대상'에서 개인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상금을 받으니 좋은 일을 하고 싶었다. 상금 200만원을 모으고 각종 외부강의료를 모아서 2003년부터 초중고생 9명을 뽑아 매년 장학금을 주고 있다. 보람이라면 보람이다."
-노래도 좋아한다고 들었다.
"영남대학교에 다닐 때 천마합창단을 직접 창단했다. 그만큼 노래를 좋아한다. 지금도 일 주일에 한 번 노래를 배우고 있다. 외부 강의를 할 때도 노래로 시작한다. 노래는 즐거움과 슬픔을 표현할 수 있는 멋진 도구다. 특히 표현에 서툰 남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스트레스 해소에 아주 좋다. 은퇴하신 분들이 노래를 많이 배웠으면 한다. 행복해지고 건강해진다. 또 많은 사람과 사귈 수 있다."
-아직도 하고 싶은 것이 있는가.
"터키서 돌아오면 '1인 플레이어'가 되어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할 계획이다. 기타를 치고 노래 부르면서 함께 사랑을 나누고 싶다. 그 첫무대는 아마 대구스타디움의 야외무대가 될 듯하다. 기타를 메고 보육원 양로원을 다니며 외로운 이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고 싶다. 노래로 환경의 중요성도 알릴 것이다. 할아버지 노래 전도사 멋지지 않은가. 하하."
김순재 객원기자 sjkimforce@naver.com
사진: 김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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