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업·인문 소양 교육을 함께, 대구공고·상서고 두 마리 토끼 잡기

"전공 기술은 기본… 인성·사회성도 갖춰야 경쟁력 제대로 인재죠"

고졸 취업 바람이 불면서 특성화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성화고에 가려 했지만 불합격하는 바람에 인문계고에 진학해야 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나올 정도다.

대구공업고등학교와 상서고등학교는 학생들의 열정과 교사들의 노력으로 취업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직업 교육뿐 아니라 인문 소양 교육에도 큰 관심을 쏟고 있어 눈길을 끈다.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웬 인문 소양 교육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문 소양 교육이 삶의 가치와 목표, 자존감을 일깨워주고 다양한 호기심을 충족시켜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학생들에겐 소중한 기회가 된다. 두 고교의 직업, 인문 소양 교육에 대해 살펴봤다.

◆취업 대비? 이 정도는 해야죠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대구공고는 1학년 때 IT과련 자격증, 2학년 2학기까지 전공 자격증, 3학년 때는 다른 전공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해 융합형 인재를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구공고의 직업 교육 프로그램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맞춤식 방과후학교 수업이다. 올해 1학기에만 전공과 IT 관련 강좌가 41개, 예체능과 인'적성 관련 강좌 8개 등 다양한 강좌를 운영했는데 교실마다 학생들로 가득 찼다. 산학협력부장인 이용주 교사는 "다양한 직업 교육 프로그램 덕분에 올해만 해도 삼성그룹에 8명, 한국전력공사에 3명이 합격하는 등 우수 기업 합격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고 했다.

신입생들의 공부 욕심이 큰 것은 대구공고의 밝은 미래를 예감케 하는 부분이다. 올해 신입생 중에선 3월 개학하기 전부터 자격증 취득을 위해 어떤 것들을 공부해야 하는지 묻는 경우가 빈번했다. 그 같은 열정 덕분인지 1학년 경우 학교에 입학한 지 반년이 지났을 뿐인데 이미 전공 관련 자격증 필기시험을 통과한 학생이 20명을 넘겼다.

전준수(전기과 1학년) 군은 "내가 공부하고 싶은 강좌를 듣고 바로 필기시험에 도전해 통과하는 성과를 얻으니 수업이 즐겁고 미래에 대한 자신감도 생긴다"고 했다.

대구공고 신영재 교장은 "학생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선(先)취업 후(後)진학'이라는 시대 흐름을 적극 설명하고 취업 교육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해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애썼다"고 했다.

올해 3월 상서여자정보고에서 교명을 바꾼 상서고는 '21세기 미래형 서비스 산업 인재 양성'을 교육 목표로 내걸었다. 학과도 개편해 조리과, 관광과 외에 베이커리과, 금융과, 뷰티디자인과를 신설했다.

상서고는 1학년 1학기 때 서비스 소양 교육인 서비스 트레이닝 교육, 2학기에는 진로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학년에 올라가면 각 전공에 맞춰 자격증 취득을 위한 직업 교육을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3학년들에겐 직업 교육과 함께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외국어 교육에 중점을 둔다.

상서고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서비스 트레이닝 교육. 두 손을 앞으로 모아 인사하는 공수 인사, 메모 습관 기르기, 스마일 3운동(미소 짓기, 칭찬하기, 배려하기), 말을 맺을 때 가급적 '~다'와 '~까'를 쓰도록 하는 언어 예절 교육 등이 그것이다. 또 매주 '가족 식사 봉사활동'이라는 이름으로 가족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는 기회를 갖도록 유도하고 있다.

상서고 이재석 교장은 "평범해 보일 수도 있지만 학생들이 직장 분위기에 잘 녹아들 수 있도록 인성과 사회성을 기르기 위한 교육"이라며 "기술뿐 아니라 인성과 사회성을 갖춰야 기업들이 반기는 인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교육에 대한 학생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김낙훈(조리과 1학년) 군은 "입학 당시 서비스 트레이닝이라는 단어가 정말 낯설었는데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학교생활도 즐거워졌을 뿐 아니라 한결 어른스러워졌다는 걸 실감한다"고 했다.

◆인문 소양 교육도 소홀히 하지 않아요

대구공고는 상대적으로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부족하기 쉬운 인문학적 사고력을 키워주기 위해 노력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독서와 토론 교육의 활성화다.

독서는 토론 교육의 바탕이 되는 것. 점심 시간 대구공고 도서관에 가득 찬 학생들을 보면 특성화고 학생들이 독서와는 거리가 멀다는 편견이 여지없이 깨진다. 책 읽는 분위기가 정착되면서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대출하는 책이 1인당 월평균 3권을 넘는다.

특성화고에서는 보기 어려운 토론 교육도 대구공고 교육과정의 특징. '토론의 기초와 토론 실습'을 주제로 5월 말 운영된 '어울토론 캠프'에는 45명의 학생이 자발적으로 참가했다. 6월에는 3명이 한 팀이 돼 모두 8개 팀이 참가한 가운데 '의무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를 논제로 '2013 대공 어울토론 리그'가 열렸다.

전준수'김태훈 군과 한 팀을 이뤄 최우수상을 수상한 박민교(디지털 전기정보과 1학년) 군은 "행사에 참여하면서 의무투표제 등 관련 지식을 많이 얻었을 뿐 아니라 토론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도 알게 돼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경청하는 법을 배운 것도 큰 소득"이라고 했다.

대구공고가 토론 교육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전문기능인에게도 인성 함양과 합리적 사고력을 키우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는 교육적 확신이 있기 때문. 토론 교육을 이끈 이서윤'김선영 교사(국어과)는 "면접 등 취업 준비와 자신감 향상에도 보탬이 된다는 생각에 학생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했다.

상서고는 학생들이 인문학적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인문학 특강을 열고 습득한 지식을 응용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교육을 하고 있다.

지난 5월 상서고는 매주 토요일을 이용해 인문학 특강을 운영했다. 소설가이기도 한 매일신문 조두진 기자가 '사람사는 세상의 좌충우돌 이야기, 그리고 책읽기', 내일투어 서영학 대구지사장이 '신나는 여행과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 등을 강의하는 등 다섯 차례 특강이 이어졌다.

특강을 모두 들은 구도욱(베이커리과 1학년) 군은 "롤모델인 애플의 CEO 고 스티브 잡스의 삶에서 인문학의 중요성에 대해 눈을 떴다"며 "이번 특강을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했다.

스토리텔링은 '스토리'(story)와 '텔링'(telling)의 합성어로 상대에게 알리려는 것을 재미있고 생생한 이야기로 구성해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미 다수 교사들이 스토리텔링 관련 연수를 받도록 한 상서고는 5월 31일 13개 팀이 참가한 가운데 '제1회 상서 스토리텔링 대회'를 열었다. 학생들은 '대구 관광지' '신숭겸 장군' '대구 맛집' '서문시장'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만들어 발표했다.

학교발전부장인 이창호 교사는 "기업들이 선호하는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생각을 할 줄 아는 인재를 키우는 데 인문 소양 교육은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직업 교육 외에 좀 더 다양한 인문 소양 교육 프로그램을 꾸준히 발굴, 운영하겠다"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