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기 말부터 북극항로는 유럽에서 아시아에 이르는 최단 항로로 탐험가들의 각축장이었다. 콜럼버스, 마젤란, 바스코 다가마의 바닷길 발견에 이은 제4의 길로 탐험가들을 유혹했지만 북극해는 지독한 추위와 빙산으로 수백 년 동안 인간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다.
유럽과 북아메리카 북쪽, 아시아를 잇는 북극항로를 처음 연 것은 노르웨이의 청년 탐험가 아문센이었다. 그는 1903년 47t짜리 돛배 요아호를 몰고 오슬로 항을 떠나 3년여 만인 1906년 베링해협을 거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북극 뱃길을 처음 연 것은 그였지만 이 항로 개척에는 많은 탐험가들의 희생과 경험이 밑거름이 됐다. 1497년 영국인 캐보트를 시작으로 카르티에, 드레이크, 프로비스, 쿡 등이 도전장을 던졌으나 실패했다. 1728년 베링은 북극해에서 태평양으로 나아가는 출구(베링해협)를 발견, 가능성을 높였다. 1845년 129명으로 구성된 영국 해군의 프랭클린 탐험대는 항로 개척 중 전원 실종, 몰사하는 비운을 맞았다. 당시 기록을 담은 프랭클린의 탐험기는 어린 아문센을 자극해 훗날 항로 개척에 나서게 한 원동력이 됐다. 어렵게 개척된 북극항로지만 최근까지 쇄빙선 없이 이 항로를 지날 수 있는 것은 연중 2~4개월에 불과하다.
북극항로를 두고 각국이 다시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북극항로 이용 선박은 지난해 46척이었지만 올해는 25일 현재 266건이 이용 신청을 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8월 현대글로비스가 북극해를 거쳐 유럽까지 가는 항로를 따라 첫 시범 운항에 나선다. 내년 8월엔 '아라온호'가 베링해협을 거쳐 유럽으로 가는 항로를 따라 환경 탐사 작업을 진행한다.
이 모든 것은 북극해의 얼음이 녹으면서 가능해졌다. 기후변화로 북극의 기온은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얼어붙었던 메탄가스도 방출되고 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의 21배에 이르는 온난화 유발 물질이다.
영국 BBC방송은 최근 북극의 영구 동토층이 녹아 메탄가스가 방출되면 피해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동시베리아의 얼음만 녹아도 피해액이 전 세계 경제 규모와 맞먹는 60조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각 나라가 북극항로 개척에 나서면서 경제적 이유와 기후 변수를 맞바꾸고 있다. 북극항로는 지금 양날의 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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