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준희의 교육 느낌표] 진정한 구원은 구원으로부터 구원받는 것

진정한 구원은 외부에서 오지 않는 법이라네. 모두가 강가에서 발을 동동 구를 때, 누군가는 그 강에 다리를 놓지. 나머지 사람들이 그 다리를 건너며 '구원'이라고 말하지만 '진정한 구원은 바로 그 구원으로부터 구원받는 것'이거든. (박경철의 '문명의 배꼽 그리스' 중에서)

최근 대구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교실 수업 변화에 대한 관심은 정말 반갑고도 고마운 일이다. 그동안 학교 중심 교육과정의 변화는 물론 교과교실제와 같은 하드웨어의 발전에도 교육 현장의 실질적인 풍경 자체가 크게 변하지 않은 건 교육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인 수업 그 자체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결과이다.

그동안 통합교과논술이나 책쓰기 교육, 토론 교육에 집중한 것도 알고 보면 수업의 질적인 변화와 결부되어 있었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강의식, 주입식 수업을 변화시키고 싶은 고민의 결과라는 점에서는 논술, 책쓰기나 토론이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소위 선진적인 수업 방법이라는 것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다. 수업의 주체인 교사와 학생의 능동적인 참여와, 눈앞의 성과보다는 구성원들의 고민이 새로운 수업방법과 더불어 걸어가야 한다는 말이다. 수업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그것을 구원해줄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구원이 아니라 바로 그 구원자에게서 벗어나 주체적인 역량을 갖추는 것이 진정한 구원이다.

5월 25일 실시했던 가족사랑 토론 어울마당에는 많은 손님이 방문했다. 교육부 차관을 비롯하여 각 시'도교육청 관계자들이 참관했다. 행사를 지켜본 사람들은 어울마당에 담긴 마음이 '지금 여기'에서 '내일 거기'를 향해 걸어갈 수 있는 아름다운 발걸음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현재 답답한 교육 현장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시도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시급한 사안이라고 판단했다면 대구시교육청에서 만든 프로그램 계획이나 촬영한 영상 자료 등을 통해 같은 행사를 기획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고백하듯이 비슷하게는 만들 수 있어도 같은 감동을 만들 수는 없을 게다. 진정한 구원은 바로 거기를 넘어서는 지점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책은 진정한 구원으로 가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남이 걸었던 길을 그대로 걸어가면 가장 빨리 성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그 성과는 껍데기일 뿐이다. 정책을 이해하려면 그 정책이 지닌 철학을 이해해야 한다. 철학은 그대로 수용해도 무방하다. 그 속에 시대정신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이는 형상은 지역마다, 대상마다 달라져야 한다. '접속-횡단-창조'의 과정을 거쳐 진정 내 것이 되지 않으면 그 정책은 이미 내 것이 아니다.

21세기 교육정책의 가장 중요한 본질은 자율성이다. 수업의 변화가 시대적인 요구라면 그 변화는 학생마다, 교사마다, 학교마다 다양한 모습으로 구현되어야 한다. 그것이 수업의 변화라는 시대적 요구에 대한, 조금은 느리지만 가장 능동적인 대응이다. 나아가 '정책은 그렇게 하면 이루어지더라'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니 정책의 주체와 객체들이 행복하더라'는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분명히 시대는 변했다. 교육이나 정보의 성장 덕분에 대부분의 국민은 이미 지식인의 수준이 되었다. 내가 옳으니 무조건 나를 따르라는 요구는 정책의 발전을 위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구성원들과의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 그러한 정책을 통해 확인되는 가장 큰 성과는 바로 그 지점, 구성원들과의 소통 그 자체이다. 교육의 구성원은 학생, 교사, 학교만이 아니라 국민 모두이기 때문이다. 거기에서 진정한 '구원'이 이루어진다.

한준희 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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