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대구역이 KTX를 품어야 하는 이유

대중교통수단은 그 운영목적이 신속성에 있다 하더라도, 이용자의 편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어떤 집안이나 도시도 고유한 역사와 전통을 버리고 성장하는 경우는 드물다. 경부선이 개통된 1905년에 대구경북의 첫 기차역으로 만들어진 대구역은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지역의 역사와 경제성장의 중심지로 많은 시민들의 애환이 녹아있는 소중한 유산이다. 동시에 지역에서 대구역이 차지하는 상징성 또한 결코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대구역은 1969년 동대구역이 신축되고, 2004년 KTX(고속열차)가 개통되면서 느린 열차(무궁화호, 새마을호, 화물열차 등)만 찾아오는 간이역으로 전락했다. 이용자의 편리와 접근성 그리고 도심의 전통성을 도외시한 기형적인 교통체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교통체계는 도심 공동화 현상을 가져오게 되었고, 대구의 중심 대구역이라는 정체성이 살아날 수 없는 이유가 되었다.

오늘날은 지방의 경쟁력이 국가를 대표하고 있다. 그런 이유에서 우리는 도심의 맛과 멋을 살려 도시 브랜드를 강화하고, 지역문화와 경제를 활성화해 대구를 한국의 대표도시로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일 편도 70편 중 몇 편이라도 KTX의 대구역 정차를 제시하고자 한다.

지금 대구는 근대골목을 통해 전국적인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딱히 관광자원이 없던 대구 중심지가 '한국인이 찾고 싶은 곳 100선'에 선정되고, 지역전통 문화브랜드 대상의 영광을 차지한 관광명소가 생기면서 이를 보기 위해 많은 국내외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그러나 KTX는 그 관광지를 지나쳐 간다. 근대골목 투어를 위해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동대구역에서 다시 대구역 쪽으로 되돌아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아니면 택시를 타고 묻고 물어, 이리저리 헤매어서 겨우 찾아온다. 자랑스러운 관광자원을 가졌으면서도, 관광객의 접근 편의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이다. KTX의 대구역 정차는 대구를 찾는 사람들에게 대구 문화와 역사에 대한 접근성과 편의성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또한, KTX의 대구역 정차는 외지인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에게도 경제적이고 편리한 혜택을 제공한다. 서울에서 대구까지 오는 시간의 절반만큼이나 동대구역에서 집까지 가는 시간이 걸린다면, 과연 그게 옳은 교통체계라고 볼 수 있겠는가? 중구는 물론 서구'남구'북구'달서구'달성군까지 포함해 대구역에서 가까운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이 대구 인구의 70%에 가깝다. 대구역 활용의 혜택이 그들에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대구시가 어느 때보다 강한 의지를 갖고 역량을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일부에서는 두 역 간의 거리가 짧고, 대구역의 시설이 미비하다는 이유를 들어 KTX의 대구역 정차가 어렵다는 견해를 내놓는다. 그러나 열차의 두 개역 교차 정차를 실시하면 될 것이고, 시설에 있어서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대구역 내 도심구간 계도 부설공사와 병행하여 공간확충 및 승강장 시설 보완공사를 실시한다면 문제점이 없다고 본다.

이제 남은 것은 대구시의 강한 의지와 대구시의 두 개역 교차정차에 대한 긍정적인 마인드다. 대구역이 KTX를 품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대구의 균형적인 발전과 미래를 생각한다면 우리 모두가 이기심과 배타심을 버리고 해보자는 마음으로 힘을 합쳐야 한다.

설동길 중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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