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에도 '3D프린터' 혁명

기계부품硏 등 연구기관 도입 잇따라

3D프린터가 제조업의 미래로 떠오르고 있다. 대구기계부품연구원 직원들이 3D프린터를 이용한 시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3D프린터가 제조업의 미래로 떠오르고 있다. 대구기계부품연구원 직원들이 3D프린터를 이용한 시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3D프린터를 이용해 만든 부품으로 조립한 다목적운송차량 모형과 각종 시제품들.
3D프린터를 이용해 만든 부품으로 조립한 다목적운송차량 모형과 각종 시제품들.

이달 20일 오후 대구 달서구 대구기계부품연구원 3층 시제품실. 연구실에는 소형냉장고 만한 크기의 3D프린터(3차원입체프린터) 한대가 작동 중이었다. 검은 유리 너머로 분사장비가 좌우를 오가며 베어링 시제품을 만들어냈다. 프린터기에서 베어링을 꺼내 손으로 굴리자 부품을 조립한 것과 똑같이 돌아갔다. 한 연구원은 "원하는 제품을 설계만 하면 그 모습 그대로 제품이 만들어진다"며 "3D프린터는 제조업체에게 있어 가장 효율적으로 시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 제조업의 향방을 바꿀 3D프린터의 공정기술과 신소재 개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부품업계의 생산공정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 속에 대구지역에서도 3D프린터를 도입해 연구 중인 곳이 늘고 있다.

◆프린터로 제품을 만든다

3D프린터는 기존 종이에 글자와 그림을 새기는 것과 달리 입체적인 사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프린터다. 플라스틱 액체 또는 기타 원료를 사출해 적층, 응고시켜 3차원 모양의 고체 물질을 자유롭게 찍어내는 기기를 말한다.

3D프린터는 크게 원료 종류에 따라 고분자형과 메탈형으로 나뉜다. 고분자형 3D프린터는 가루 혹은 액상의 플라스틱을 적출해 만들어낸다. 시제품을 만들어내는데 유용하다. 메탈형은 금속소재를 이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메탈형은 아직 고분자형에 비해 공정기술이 뒤처져 있다.

입체 프린터 혹은 RP(Rapid Prototyping)이라고 불리는 이 3D프린터 기술은 1984년 처음 개발됐다. 최근 그 기술이 발전하면서 대중화되기 시작하자 급속도로 확산되는 추세다.

실제 해외에서는 한 개인이 3D프린터를 이용해 권총을 만들어 발사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3D프린터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이 확인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1년 17억 달러였던 세계 3D프린터 시장 규모는 현재 22억달러를 넘어섰으며 2016년 31억달러, 2019년 61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구기계부품연구원 관계자는 "3D프린터의 종류나 수요처는 계속해서 성장해 2021년에는 현재의 5배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시간이 갈수록 가격은 더 내려가고 품질은 나아져 가정용 3D프린터 시장까지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제조기술의 혁명

3D프린터가 각광 받는 것은 바로 제조기술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 3D프린팅 기술이 발전할수록 기업은 비용절감과 시간단축, 맞춤형 대량생산을 할 수 있다.

실제 디자인 소품과 치아 임플란트·교정기에는 3D프린팅 기술이 사용되고 있고 비행기 날개를 3D프린터로 생산해내기도 한다. 한 관계자는 "미 항공우주국(NASA)은 우주에서 음식을 해먹을 수 있도록 음식 프린터도 연구 중이다"고 말했다.

업계는 제조업체, 특히 자동차와 같은 기계부품 분야가 3D프린터 기술의 발달에 따라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기계부품 산업이 발달한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3D프린터에 대한 연구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크다. 대구기계부품연구원은 2011년 분말형 고분자 3D프린터를 도입한 데 이어 올 1월 액상형 3D프린터를 약 3억원에 구입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기계부품 업체가 신제품 생산을 위해 금형을 제작하기 전 3D프린터를 이용해 시제품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또 제품 설계가 올바른지를 3D프린터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대경권본부도 지난 5월 3D프린터를 구입했다. 특히 지역의 뿌리산업과 기계부품산업에 맞춰 메탈형 3D프린터를 도입했다.

이강원 본부장은 "메탈형은 기계부품 산업에 곧바로 응용할 수 있다"며 "기술이 발달한다면 금형을 대신할 수 있는 제조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제조업계에서도 3D프린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 부품업체 대표는 "3D프린터 기술이 나아지면 시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계 부품을 곧바로 만들어낼 수 있다"며 "특히 지금껏 금형과 용접, 주조 등을 통해서 만든 부속품을 결합해야 하는 복잡한 부품도 3D프린터를 통해 한 번에 만들어낼 수 있어 시간과 재료 비용, 인건비 등 많은 것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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