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시,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대학들 정시 비중 늘릴 듯"

고교간 학력격차 반영 한계, 학생부 대신 논술 확대 전망

교육부가 27일 발표한 대입 개편안은 방대한 범위에 걸친 내용을 포괄하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이과 통합 같은 입시 틀을 바꾸는 내용을 비롯해 수준별 수능 폐지, 고교 내신 절대평가제 포기, 수시 비중 축소 등 전 정부의 대입 정책을 뒤집을 만한 내용이 다수 들어 있다. 복잡한 대학 전형을 간소화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정시와 수시 논술 비중을 높여 사교육 부담을 늘릴 것이라는 부정적 평가도 만만찮다.

▶2017학년도 수능 개편안 3가지

2017학년도 대학수능시험 개편 방안은 ▷현행 수능 골격 유지안 ▷문'이과 일부 융합안 ▷문'이과 완전 융합안 등 3가지다.

현행 골격 유지안은 국어와 영어는 단일 시험으로 출제하되 수학은 문'이과형으로 나누는 방안이다. 문'이과 일부 융합안은 국어와 영어는 단일시험으로 내되, 수학은 공통과목을 설정하고 미적분Ⅱ, 확률과 통계, 기하와 벡터 중 1과목을 선택하게 한다.

문'이과 완전 융합안은 국'영'수'사'과를 문'이과 구분 없이 같은 문제로 내겠다는 것이다. 이때 수학은 문과 수학인 수리 나형(2014학년도 수학 A형) 수준에 맞춘다. 사회는 사회 및 지리교과 내용 요소를 포함한 공통사회 성격의 '사회', 과학은 물리'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 내용 요소를 포함한 융합과학인 '과학' 과목에서 출제한다.

문'이과 완전 융합안은 문과생은 과학, 이과생은 사회 과목에 응시해야 한다는 부담이 새로 생긴다. 수학 과목이 현행 문과형 수준으로 하향 단일화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자연계 학생들이 어려운 수학과 과학을 기피할 가능성이 높다.

▶전형 간소화 및 수시 최저학력기준 폐지

교육부는 2015학년도 입시부터 대학이 사용할 전형방법의 수를 수시는 4개, 정시는 2개로 줄이기로 했다. 1'2차로 나뉜 수시모집을 한 차례로 통합하고, 정시모집에서는 같은 학과를 다른 군으로 나눠 분할모집하는 것을 금지했다.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를 추진한다. 2015, 2016학년도에는 최저학력기준을 백분위 대신 등급으로 하고 요구 등급 수준을 완화하도록 유도한다. 2017학년도에는 수능 성적을 수시 종료 후 제공해 대학이 수시에 반영하지 못하게 하거나, 종전처럼 수능 성적의 반영 완화를 권장하는 두 가지 안을 제시했다. 수능 시행일도 이에 맞춰 2015, 2016학년도에는 11월 둘째 주로 늦추고 2017학년도부터는 11월 마지막 주 또는 12월 첫째 주로 늦춘다.

▶대학들, 정시 및 논술 비중 확대

대학들은 대입제도 개선안 중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하라는 내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2014학년도 경우 수시모집을 통해 66.4%를 선발하는데, 서울 소재 주요 대학은 70% 이상을 선발한다. 하지만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완화되면 대학은 수시모집을 통해 우수 학생을 선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수시 비중을 현재보다 줄일 것으로 보인다.

논술 전형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없애고 학생부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대학들은 수시에서 고교 학력 격차가 반영되지 않은 학생부 대신 논술로 학생들 간의 학력을 평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고교 내신 절대평가제, 사실상 폐기

내년 고 1부터 내신을 절대평가 방식으로 평가하는 '성취평가제'가 도입되지만 정작 대입 반영은 미뤄져 학교 현장의 혼란이 예상된다. 교육부는 성취평가제 대입 반영을 2019학년도까지 유예한다고 밝혔다. 성취평가제는 내신성적을 현행 9등급 상대평가 방식 대신 성취도에 따라 A-B-C-D-E-F 등 6단계 절대평가 방식으로 평가한다. 성적 우수 학생이 모인 특수목적고와 자율형사립고에서는 학생 성취도에 따라 점수를 주는 절대평가 방식이 훨씬 유리하다. 교육부는 이 성취평가제가 특목고와 자사고에 유리하고, 일반고 위기를 심화시킨다는 여론 때문에 대입 반영을 미뤘다는 분석이다. 송원학원 차상로 진학지도실장은 "대입 개선안에 따라 일반고 학생이 유리하냐, 특목고'자사고 학생이 유리하냐 하는 문제는 앞으로 대학들이 입시 요강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한국사 수능 필수, NEAT는 수능 연계 않기로

2017학년도 수능에서 한국사가 독립'필수과목이 된다. 1993학년도까지 시행된 학력고사 때 한국사가 필수였던 것을 감안하면 24년 만이다. 특히 다른 사회과목은 사회탐구로 묶인 가운데 한국사만 필수가 돼 위상이 높아졌다. 교육부는 2015학년도부터 수시모집에서 수능 성적을 활용하지 않을 경우 학생부의 '한국사' 성적 반영을 권장하기로 했다.

고교생용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은 결국 수능과 연계하지 않기로 했다. 대규모 수험생을 대상으로 시험 오류를 막기 어렵고, 새로운 시험 도입으로 사교육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다. 이번 결정으로 고교생이 NEAT 2'3급을 볼 요인은 떨어졌다.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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