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그로/ W.E.B. 듀보이스 지음/ 황혜성 옮김
100년 전에 출간된 책이지만 오늘날까지도 탈식민주의 이론가들이나 일반인들에게 흑인과 아프리카 이해의 출발점을 제공하는 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책은 인종 분리가 극에 달해 있던 100년 전 미국에서 출간되어 흑인해방운동과 범아프리카주의의 이론적 토대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저자 듀보이스는 미국의 역사학자, 사회학자, 흑인 운동 지도자다. 흑인 최초로 하버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애틀랜타대학 교수로 역사학과 사회학, 경제학을 가르쳤고, 1905년 나이아가라 운동을 결성하여 인종 분리와 공민권 박탈에 맞서 흑인민권 운동에 앞장섰다. 1909년에 미국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를 창립을 주도하고 기관지 '크라이시스'편집을 맡았다. 그는 범아프리카 운동의 주창자이기도 하다. 인권과 평화, 사회변혁 운동의 공을 인정받아 1958년 레닌평화상 수상했다. 신생 공화국 가나의 은크루마 대통령 초청으로 아프리카로 이주했으며, 1962년에는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이듬해 가나 국적을 취득했다. 1963년 8월 28일 95세의 나이로 아프리카에서 세상을 떠났다. 사후 50년이 지난 2012년 펜실베이니아대학 명예교수로 위촉되었다.
오늘날 지구상에서 공식적으로 피부색을 이유로 사람을 차별하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인종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특히 흑인에 대한 사회문화적 차별과 분리의 역사는 생각보다 뿌리 깊다.
사실 이 책이 나온 20세기 초 미국 흑인은 인간의 기본적 권리도 누리지 못했다. 이때 "20세기의 문제는 인종장벽의 문제다"라고 선언하며 범아프리카주의의 이론을 제시한 듀보이스의 고전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출간된 것이다.
100년 전 이 책을 쓴 듀보이스의 혜안과 예견대로, 오늘날 세계는 흑인과 아프리카를 빼고 설명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아메리카의 여러 나라는 국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인종 통계를 내지 않을 만큼 인종주의적 사고도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흑인에 대한 편견과 오해는 뿌리 깊고 식민주의와 노예무역의 유산도 여전히 남아 있다. 탈식민주의 이론은 마르크스주의나 제3세계 민족주의를 포괄하며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지만, 그 뿌리는 아프리카 흑인의 역사에서 비롯되었다. 1915년 이 책의 머리말에서 저자는 "완벽한 흑인 역사를 말하기에는 아직 때가 오지 않았다. (중략) 솔직히 오늘날 아프리카인을 공정하게 평가한다는 이른바 교양인들조차 피부색이 더 검은 사람들에 대한 인종적 편견이 너무 심하다"고 토로했다. 100년이나 지났지만 과연 흑인이나 유색 인종에 대한 세상의 편견은 얼마나 바뀌었나 뒤돌아볼 일이다. 미국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이야기이기도 하다. 272쪽, 1만5천원.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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