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뭉칫돈, 은행 빠져나간다…10억 이상 계좌 1700개 줄어

"저금리·자금노출 회피 목적"

국내 시중은행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금리가 낮아진 탓도 있지만 고액자산가들이 자신들의 소득수준을 감추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우리·국민·하나 등 3개 주요 시중은행의 거액(10억원 이상) 정기예금은 2만13개 계좌에 132조4천억원이 예치돼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 말(2만1천709개 계좌, 예치금 145조원)에 비해 약 1천700개 계좌, 12조6천억원이 줄었다.

한국은행 집계를 살펴보면 거액 예금계좌는 2007년 상반기 3만4천개, 196조3천억원에서 지난해 상반기 6만개 계좌에 380조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거액예금은 5만5천개 계좌에 377조원으로 감소세를 보이더니 올해 들어 이탈 현상이 한층 심해졌다.

전문가들은 장기화된 저금리 기조와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이 이 같은 현상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액 자산가가 자금노출 회피 목적으로 돈을 빼가는 것으로 보이며 당분간 이 같은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며 "또 고소득자들이 세금폭탄을 피하기 위해 자산규모를 숨기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선 저금리를 이유로 은행에서 적금을 해약한 재력가들이 저축성보험이나 주식형 펀드 또는 금괴나 현찰 형태로 자산을 운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거액예금 이탈이 가속화되자 은행들이 안정적인 자금조달을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기업들로부터 각종 수수료를 챙기기 위한 서비스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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