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포항남'울릉 재선거에 임하는 자세

포항남'울릉선거구는 제19대 국회의원선거 당선자의 당선무효로 재선거를 앞두고 있다. 30일 치러지는 선거에는 예비후보자가 10명 이상 등록했다. 새누리당의 공천자가 정해지면 상황이 변할 수 있겠지만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후보자들은 저마다 자신이 적임자임을 내세우며 얼굴 알리기에 나섰고, 언론은 호재를 만난 듯 예비후보들의 선거운동 행보와 그에 따른 정치권의 동정을 경쟁적으로 보도한다. 하지만 정작 이번 재선거가 왜 치러져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와 재선거에 임해야 하는 자세 등을 다룬 기사가 많지 않은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한, 정당과 시민단체도 뚜렷한 공천기준과 정치리더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 등을 제시하며 선거분위기를 이끌어 가야 함에도 여론만 살피면서 좌고우면하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이번 재선거는 포항남'울릉선거구의 21만 유권자들이 지난 총선에서 일꾼을 제대로 가려내지 못해 생긴 결과이지만, 시민들의 자존심과 명예회복을 위한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 이번 선택이야말로 새로운 정치문화를 구축한다는 설렘을 담아 도덕적으로 깨끗하고, 지역과 국가를 위해 사심 없이 일할 인물을 골라야 한다.

선거는 유권자만의 몫이 아니다. 유권자'언론'시민단체'각 후보자와 정당 그리고 선거관리위원회가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때 잘 치를 수 있다. 특히, 언론은 국민이 사회를 들여다볼 수 있는 유일한 '거울'이라고 할 수 있다. 언론이 어떤 곳을 비추는가에 따라 유권자들의 시각도 달라진다. 지금의 소모성 보도에서 한 발짝 물러나 각 후보자의 정책을 꼼꼼히 짚어내고 알려서, 제대로 된 후보자를 가릴 수 있는 정확한 정보제공을 기대해 본다.

지금은 '시민사회'의 시대이다. 민주주의 발전과 더불어 시민단체의 역할과 활동도 자연스럽게 주목받고 있다. '시민'을 정치의 객체에서 주체로 등장시키는 데는 시민단체의 역할이 매우 컸다. 지금까지 '매니페스토 참 공약 실천하기 운동'도 시민단체가 앞장서 왔다. 이번 재선거에서도 유권자들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바른 선거문화를 정착하기 위한 시민운동에 앞장서야 한다.

대의제 민주주의의 실현과 현대 민주정치는 정당을 빼고선 말할 수 없다. 정당이 제 기능을 발휘해야만 민주주의 꽃이 활짝 피어난다. 정당은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만한 비전과 열정 등 균형 감각을 고루 갖춘 후보자를 공천하여 정정당당한 선거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그리고 후보자는 선거 기류를 읽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의 마음을 읽어 소신 있는 정책과 공약을 제시하여 깨끗하고 정정당당한 경쟁을 통해 표를 얻어야 한다.

우리 선거관리위원회는 상반기 재'보궐선거에서 이미 투표참여 효과가 입증된 통합명부시스템을 활용한 선거일 전 투표로 유권자가 보다 쉽고 안정적으로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만전의 준비를 하고 있다.

어느 농부가 봄에 씨앗을 뿌렸는데 어찌 된 이유인지 그 해 농사를 망쳤다. 그 농부는 낙심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원인을 분석하고 병충해에 강한 새로운 씨앗을 뿌리고 더 많은 정성을 기울여 실패를 만회하고도 남을 만한 작황을 올렸다. 그 소식은 이웃에 퍼졌고 새로운 씨앗과 농사기술을 배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포항남'울릉 유권자들도 잘못된 지난 선거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안겨줄 새로운 씨앗을 찾아야 한다. 그저 제일 많이 팔리는 씨앗, 아는 사람이 추천해주는 씨앗이 아니라 유권자 스스로 선택한 씨앗이어야 한다. 그리고 땅에 심은 그 씨앗이 잘 자라는지 애착을 가질 때 만이 비로소 기대했던 수확의 기쁨을 얻을 것이다.

손세현/경북도선관위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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