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공정위, 기업 과징금 대폭 깎아주기

공정거래 관련법 위반 기업에 물린 과징금을 깎아주는 감경률이 지나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재 대상 기업에 대한 과징금 최종 결정 과정에서 터무니없이 액수를 낮춰주다보니 징계 효과가 떨어질뿐 아니라 자칫 법 위반을 부추길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공정위가 국회 국정감사에 제출한 '2008년 이후 과징금 부과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공정거래 관련법 위반으로 제재 대상이 된 518개 사건의 과징금 감경률이 무려 58.5%에 달했다. 과징금 기본산정 총액은 8조6천824억 원이었으나 최종 부과된 과징금은 3조6천50억 원에 불과했다. 과징금을 100으로 본다면 58을 깎아주고 42만 물린 것이다. 올해 2월부터 9월까지 39개 제재 사건의 경우 최종 과징금이 기본산정 금액의 31.7%에 그쳐 감경률이 더욱 컸다.

과징금은 3단계를 거쳐 최종 확정되는데 조정 과정에서 어느 정도 현실을 반영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법 위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기초로 제재 대상 기업이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는지, 자진시정 노력은 어떤지, 관행 여부 등을 반영해 과징금을 조정하도록 되어 있다. 문제는 공정위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감경 여부가 좌우되고 최종 과징금 결정에서 2차 조정 금액의 50% 이상까지 깎아줄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는 점이다. 불법행위로 인한 이익이 제재로 인한 불이익보다 더 크다면 공정거래는 구두선에 불과하다.

아무리 법 위반 정도가 무거워도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다지만 징벌적 성격의 과징금까지 대폭 깎아주는 이런 구조는 국민의 이해를 얻기 힘들다. 무엇보다 정부가 '원칙에 입각한 시장경제 질서 확립'을 국정과제로 추진한다면서도 과징금 깎아주기를 당연시한다면 경제민주화에 심각한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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