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일이 충무로에서 발생했다. 영화배우 박중훈과 하정우가 영화감독이 된 것. 익히 아는 것처럼 박중훈은 1980년대 중'후반부터 1990년대 중'후반까지 최고의 배우였으며 지금까지도 주연을 맡고 있는 배우이다. 박중훈은 전성기 때 한국영화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말 그대로 박중훈의 시대. 오죽했으면 충무로 영화는 '박중훈이 나오는 원맨쇼'와 '박중훈이 나오지 않는 버라이어티 영화'로 구분된다고 했겠는가. 그는 한 시대를 풍미한 배우였으며 지금도 당당한 현역 배우이며, 현역 배우 중에서도 톱스타이다. 단연코 그만큼 오랫동안 영화계에서 사랑받는 배우는 많지 않다.
2013년 지금, 하정우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까? 2010년대 초반의 하정우는 1980년대 중후반에서 1990년대 중'후반의 박중훈과 맞먹는 지위를 누리고 있다. 하정우 전성시대. 주위의 누구를 잡고 물어봐도 하정우를 싫어한다는 사람을 나는 아직 보지 못했다. 이런 배우, 정말 드물다. 멜로'스릴러'코미디'액션 등 모든 장르를 아우를 수 있다. 게다가 영어까지 가능한 배우다. 주연을 맡은 영화는 속속 흥행에 성공한다. 흥행불패의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중.
이런 두 배우가 감독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했으니 관심이 갈 수밖에. 유지태가 올해 감독을 하긴 했지만 참신한 소재와 꽤 높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참패하면서 대중의 뇌리에서 지워졌기 때문에 두 배우의 연출에 관심이 더욱 깊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한국영화사에서 배우 출신의 감독이 성공한 예는 극히 드물지 않던가. 두 배우의 연출력은 어떨까?
흥미롭게도 두 배우 모두 배우들의 생활을 소재로 하고 있다. 박중훈 연출의 '톱스타'는 스타의 매니저 출신인 배우가 스타가 준 기회를 잡고 최고 배우가 된 뒤, 위기 상황에서 자신을 키워준 스타의 비밀을 누설해 모면하다가 결국 자멸한다는 이야기이다. 박중훈이 스타의 이야기를 토대로 영화를 만들 때, 어떤 영화가 나올지 나는 꽤나 기대했었다. 게다가 시나리오는 이준익과 환상의 콤비를 이루었던 최석환 작가의 것이다. '왕의 남자'나 '라디오 스타' 같은 감동적인 이야기가 등장할지 기대했었다. 그러나 내용은 다소 평이했다. 큰 감동도 없었고 신선한 파격도 없었다.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 즉 성공을 갈망하다가 성공했지만 결국 추락한다는 이야기.
물론 교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키워준 후배가 자신을 배신할 때, 깊이 고뇌하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의 이치라는 것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장실 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는 말처럼, 한때 그렇게 따르던 형님도 때가 되면 버리고 배신하는 것이 세상의 숙명처럼 보일 때, 슬프다. 결국 자신도 후배에게 배신당할 것이면서. '톱스타'에는 그 보편적 과정이 안정된 연출로 그려져 있다. 이 때문에 무난한 내용을 무난한 방식으로 그려 스타의 삶 역시 인간의 삶과 같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신선한 맛은 확실히 떨어진다. 좀 더 깊은 이야기를 하거나 새로운 형식적 시도를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정우가 연출한 '롤러코스터'는 좀 다르다. '베를린' 촬영이 끝난 뒤 하정우는 무엇을 할지 고민하다가 영화 연출을 선택했다. 이 말을 다르게 하면, 박중훈처럼 감독을 하려고 작정한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시도하다가 감독이 된 경우. 그래서인지 '롤러코스터'는 단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관객과 만난다. 무조건 웃기는 것. 이 목표를 위해 하정우는 연예인과 회장, 스님 등 사회 저명인사들이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 신랄하게 까발려 보여줌으로써 쾌락을 주는 방식을 선택한다.
해서 영화를 보면 막장 코미디를 보는 것 같은 쾌감은 있다. 비행기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발생하는 상황 코미디(시트콤)처럼 여러 인물이 얽히고설켜 큰 웃음을 주지만, 그 동력은 30분이 지나면 서서히 힘을 잃기 시작하면서 예측 가능한 상황으로 흘러간다. 연예인의 생리를 잘 알고 있는 하정우가 만든 코미디라는 특색은 있지만, 그 웃음의 강도가 생각보다 강하지 않고 순도도 깊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두 사람의 영화를 단순 비교하자면, 박중훈의 영화가 중후하다면 하정우의 영화는 발랄하다. 박중훈이 안정적인 이야기 구조에 기댄다면 하정우는 에피소드식 구성으로 하나의 목표만을 추구한다. 박중훈이 스타의 뒷이야기를 보편적인 방식으로 다룬다면, 하정우는 위선을 폭로하는 특이한 방식을 선택한다. 이렇게 다른 영화이기 때문에, 사실 두 편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비슷한 소재를 다루지만,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 확연히 구별되고, 연출 방식도 선명하게 차이가 난다. 물론 이 때문에 두 영화의 흥행을 지켜보는 것이 흥미롭지만. 과연 어떤 영화가 관객의 선택을 받을 것인가? 두 사람은 차기작을 연출할 수 있을 것인가?
강성률 영화평론가'광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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