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 영화] 노라노

영화로 본 한국패션디자이너 1호

한국영화사를 공부하다 보면 유독 1950, 60년대 영화에서 노라노라는 이름과 만나게 된다. 대개 그는 의상 담당이었다. 이 이름을 대하면 약간 의아해진다. 어색한 이름. 게다가 왜 그녀가 대부분의 의상을 담당하고 있는 것일까? 김성희 감독의 다큐 '노라노'를 보면 이 의문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 노라노는 한국 근대 패션의 선구자였다. 일제 말 징집을 피하기 위해 강제 결혼한 뒤 곧 이혼하고 미국으로 홀로 건너가 의상을 공부했다. 귀국 후 그녀는 입센의 '인형의 집' 주인공 노라를 본따 개명한 뒤, 본격적으로 근대 패션을 시작했다. 1956년 한국 최초로 패션쇼를 개최하고, 윤복희의 미니스커트와 펄시스터즈의 판탈롱을 스타일링한 장본인. 1963년에는 최초로 디자이너 기성복을 생산하기도 했다. 다큐는 한국 사회사나 패션을 이야기하기보다는 노라노라는 인간을 통해 여성과 페미니즘을 이야기한다. 울림이 생각보다 깊어 마지막 장면에는 은근히 눈물이 난다. 잘 만든 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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