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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60년의 망각' 벗어난 일제 피살자 명부

국가기록원이 3'1운동'일본 진재 시 피살자, 일제 피징용자 등 세 가지 명부 67권을 공개했다.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12월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지시로 정부 차원에서 전국 조사를 통해 작성한 기록물이다. 60여 년 전 관계자들이 그나마 생존해 있던 시기에 국가 차원에서 작성된 소중한 사료다.

3'1운동과 간토대지진 피살자 명단이 발굴됐다는 의미는 크다. 명부에는 피살자 이름뿐만 아니라 나이, 주소, 피살 장소, 상황까지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대략의 피살자 수는 언급됐지만 구체적인 명단이나 피해 상황이 밝혀진 것은 처음이다. 피해 사실은 분명한데 피해자가 누구인지, 피해 상황을 확인할 길 없으니 피해 회복도 어려웠다.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에 일본 경찰이 개입했다는 증언이 수없이 나왔음에도 일본 정부는 이를 부정해 왔다. 이번 명부는 이런 일본 정부의 인식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각 명단 뒤에는 '일본 헌병에게 총살됐다' '죽창에 찔려 죽었다' 는 등 피살 당시 상황이 기록돼 있다. 유관순 열사는 옥중에서 타살됐다고 썼다.

이런 귀중한 서류들이 60년 동안 대사관의 서고 귀퉁이에 방치돼 있었던 것은 유감이다. 정부가 공식 조사한 자료의 존재 사실조차 잊혀 있었다는 사실이 한심할 따름이다. 이번에 발견된 자료도 일부일 뿐이다. 간토대지진 피살자는 최소 6천600여 명(독립신문)에서 최대 2만 3천여 명(독일 외교부)이라는 기록이 남아있지만 발견된 명단은 290명에 불과하다. 대사관에 이런 서류가 잠들어 있었다면 원본 또한 어딘가에 존재할지 모를 일이다. 국가기록원을 비롯해 관련 기관을 샅샅이 뒤져서라도 더 많은 사료를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3'1운동 순국자 등에 대한 유공자 지정 등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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