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0일 열린 2013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 올 한 해 최고의 활약을 펼친 포지션별 1인자를 뽑는 이 자리서 기자가 특별히 주목한 시상 부문이 있었다. '사랑의 골든글러브'였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제정한 이 상은 한 해 동안 선행에 앞장서고 이웃 사랑을 실천한 선수를 선정, 자긍심을 높이고 더 많은 나눔 참여를 유도하려는 취지로 1999년부터 최고의 별을 가리는 골든글러브 시상식 때 짬(?)을 내 전하고 있다.
기자는 실력 못지않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선수에게 주어지는 이 상이야말로 프로야구의 위상과 발전을 이끈다고 여겼고, 수상자의 행적에 관심을 뒀다.
시상대에는 롯데 자이언츠의 주장 조성환이 올랐다. 그는 백혈병 소아암 환아 모임인 '고신사랑회'와 자매결연을 해 10년 이상 선수단과 함께 병원을 찾아 환아들을 위로하고 개인소장품 등을 판매한 수익금을 기부해왔다. 시즌 중에는 아이들을 야구장으로 초청해 희망을 심어주는 것도 빠뜨리지 않았다. 국제어린이양육기구 컴패션, 장애아동재활병원 건립 모금 운동에도 힘을 보탠 조성환은 2009년 유니세프 홍보대사로 위촉된 이후 해마다 배고픔과 가난에 고통받는 제3세계 아이들의 실상을 알리는 데도 노력했다. 그래서 그가 받아든 '골든글러브'는 유난히 빛나 보였다.
문득, 역대 수상자들의 면모가 궁금해졌다. 반가운 스타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두 차례나 상을 받은 선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내 아쉬움이 차올랐다. 열다섯 해 동안의 수상자 명단에 삼성 라이온즈 선수의 이름은 이승엽이 유일했다. 그것도 오래전인 2000년 단 한 차례 수상으로 끝이었다.
롯데는 조성환까지 포함해 무려 5차례(1999년 박정태, 2005년 선수단, 2006년 손민한, 2009년 이대호)나 이 뜻깊은 상을 받았고, LG는 4개(2001년 이병규, 2007'2011년 박용택, 2010년 봉중근)의 사랑의 골든글러브를 수집했다. 한화도 3번(2004년 송진우, 2008년 선수단, 2012년 김태균)이나 시상대에 흔적을 남겼다. 이 상이 제정된 게 1999년이니 이는 삼성이 연 '황금시대'와 맞물려 있었음에도 선행에는 1등이 되지 못함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삼성은 2002년 그토록 바랐던 한국시리즈 우승(1985년 통합우승 제외)을 이뤘고, 2005년과 2006년에는 내리 2연패를 달성했다. 2011년 다시 정상을 밟은 삼성은 올해 우승까지 보태 그 어느 팀도 밟아보지 못한 통합 3연패(정규시즌+한국시리즈 우승)의 위업까지 쌓았다.
우승 때마다 우승 상금과 보너스, 그리고 뒤따라온 연봉 인상 등으로 주머니는 두둑해졌으나 주위를 살피는 '시근(철)'은 없었구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때쯤 선수들의 애장품을 모으느라 한창 바쁠 김현욱 코치가 떠올랐다. 그는 2008년 2월 자신의 인터넷 카페를 통해 선수들에게서 받은 애장품을 경매해 그 수익금을 환경이 어려운 야구선수들을 지원하는 데 쓰고 있다. 또 1억3천만원의 연봉 중 5천만원을 떼 비영리 봉사단체에 쾌척한 차우찬, 최근 미혼모자 시설에 1천만원을 기부한 배영수도 생각이 났다. 사랑의 골든글러브는 받지 못했지만 나눔을 실천하는 선수가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조성환은 "롯데 구단의 전통이어서 선배들을 따라다니다가 이제는 이끌게 됐다"며 "기부도 배우면서 아는 것 같다"고 했다.
최근 류중일 감독이 역대 감독 최고 대우를 받자 2억원을 이웃을 돕는 데 쓰겠다고 밝혔다. 류 감독의 '통 큰' 기부가 삼성의 선행 전통을 뿌리내리게 하는 신호탄이 되길 기대한다. 나눔도 1등인 삼성, 그 소식이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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