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동희의 동양고전] 고대 중국에 난무한 권모술수 모음집

유향이 정리한'전국책'(戰國策)에 대하여

이 책은 중국 전국시대에 유세(遊說)했던 책사(策士, 권모술수가)들의 변설(辨說)과 권모술수에 관한 것을 모아놓은 것이다. 전한(前漢)의 유향(劉向)이 궁중의 비밀자료를 정리 편집해, 33권으로 만들고 이러한 책명을 붙였다. 오늘날 정치가들이 선거운동을 하거나 외교가들이 자국을 위하여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B.C 6년쯤에 만들어졌다.

사마천이 '사기'(史記)를 집필할 때, 이 책에서 많은 자료를 얻었다고 한다. 원저자는 누구인지 모른다. 지금 보는 책은 유향의 원본이 아니고 송나라 때 복원한 것이다. 역사서로 보기도 하지만, 때로는 종횡가(縱橫家, 전국시대 외교전략을 설파한 학파)로 분류하기도 한다. 정연한 사상체계가 있는 것이 아니고, 권모술수적인 기괴한 말과 행동이 모아져 있다. 고금에 인간 사회는 비슷한 법, 오늘날도 하나의 이야깃거리로 재미있게 읽을 만하다.

우리가 흔히 쓰는 '사족'(蛇足)에 관한 고사도 여기에서 나왔다. 요점만 이야기하면 이렇다. 두 사람이 나눠 먹기엔 부족한 한 잔의 술을 두고, 두 사람이 누가 빨리 뱀을 그리는가 내기를 했다. 한 사람이 먼저 그렸다. 술잔을 빼앗아 들고 잠시 자기 그림을 보더니, "뱀에 다리가 없네. 다리가 없으면 뱀이 아니지!" 하고는 뱀의 다리를 더 그렸다. 그 사이 다른 사람이 그림을 다 그리고는 "뱀에 무슨 다리가 있는가!"하고는 술잔을 빼앗아 가고 말았다.

'어부지리'(漁夫之利)라는 말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야기이다. 조(趙)나라 혜왕이 연(燕)나라를 치려 했다. 한 측근 신하가 '치면 안 된다'고 설득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큰 조개가 햇볕을 쬐고 있었습니다. 그때 황새 한 마리가 날아와서 조갯살을 쪼아 먹으려 하자, 조개가 껍데기를 닫아 황새의 부리를 꽉 물어버렸습니다. 이에 황새가 '오늘이나 내일이나 비가 안 오면 너는 죽을 거야'라고 하자, 조개도 '오늘이나 내일이나 내 입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면 너도 죽을 거야'라고 하면서 둘 다 버티고 있었습니다. 그때 지나가던 어부가 이를 보고 둘 다 잡아버렸습니다. 이처럼 조나라가 연나라를 치면 오랜 전쟁에 백성은 지치고, 그때 강력한 진(秦)나라가 두 나라를 단번에 먹어치울 것입니다."

천리마(千里馬, 하루에 천리를 달리는 명마)를 얻는 방법에 대한 묘책 이야기. 흔히 훌륭한 인재를 얻는 방법에 회자하는 이야기이다. 천금을 주고 천리마를 구하려는 왕의 한 신하가 죽은 천리마 뼈를 오백금을 주고 사 왔다. 왕이 화를 내자 그는 "죽은 말의 뼈를 오백금을 주고 샀으니, 소문이 나면 천리마가 곧 몰려올 것입니다"라고 했다. 과연 1년도 되지 않아 천리마 3필을 구하였다는 이야기이다.

이동희 계명대 윤리학과 교수 dhl333@k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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