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을 지식재산권 도시로 만들자] <4·끝> 집단지성·국민 참여가 답이다

청년들 '기술창업' 장려하고 도와주자

지역이 지식재산권 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선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인재 양성이 우선돼야 한다. 대구 달서구청이 열고 있는 발명동아리 교실. 달서구청 제공
지역이 지식재산권 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선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인재 양성이 우선돼야 한다. 대구 달서구청이 열고 있는 발명동아리 교실. 달서구청 제공

세계 경제는 산업경제에서 지식경제를 지나 창조경제로 나아가고 있다.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인프라가 노동'자본, 지식에서 창의성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창의적 아이디어와 기술력에 기반을 두는 지식재산권은 이미 개별 기업의 차원을 넘어 국가 경쟁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 각국이 지식재산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다양한 진흥책을 내놓고 있는 배경이다. 특정계층이 아니라 국민적 관심과 참여가 뒷받침돼야 '퍼스트 무버'(first mover'선도자)로 우뚝 설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 참여가 성공 조건

지난달 29일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 중관춘(中關村) 인근의 카페 '처쿠'(車庫). 200여 석의 자리는 노트북 컴퓨터로 무언가를 작업하고 있는 젊은이들로 가득차 빈 곳을 찾기 어려웠다. 카페 중앙의 무대 위에서 연사가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해 소개하자 참석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다른 쪽 구석에서는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있었고, 처음 만난 사람끼리 명함을 주고받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2011년 문을 연 이곳은 커피 한 잔을 하면서 창업 아이디어를 가다듬는 공간이다. 카페 이름도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의 도전 정신을 본받자는 의미에서 '차고'로 지어졌다. 카페의 대외협력 담당자인 후티안하이 씨는 "지금까지 110개 이상의 스타트업 기업이 카페에서 의기투합해 창업에 성공했다"며 "아이디어가 넘치는 인터넷 세대가 중국 산업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 관계자, 특허변호사, 투자자들도 수시로 들러 예비창업자들을 돕고 있다"며 "한국에서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친구도 중국에 훨씬 기회가 많은 것 같다며 조만간 귀국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국제연합(UN)의 전문기구인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가 발표한 '2013 세계 지식재산 지표'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세계 출원 특허의 27.8%를 차지, 미국'EU 등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전년 대비 출원 증가율도 24%에 이른다. 중국의 지식재산이 높은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는 초석이 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전체에서 7위권 내에 드는 대형 로펌인 '종인율사(中銀律師) 사무소'의 장샤오 고급(senior) 파트너 변호사는 이와 관련, "탁월한 지식재산권을 갖고 있는 기업은 중국 정부 입찰과 증시 상장에서 가산점을 받는다"며 "최근 정부가 기업의 기술혁신 등 지재권 창출'보호를 적극 지원하면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창업 열기가 높다"고 전했다.

◆창의적이고 도전적 인재 키우자

창의적 인재는 지식재산 강국으로 가는 핵심 요소다. GNP의 20% 이상을 책임지던 핀란드 '국가대표 기업'인 노키아가 무너진 뒤에도 핀란드 경제가 활기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창의적 인구가 뒷받침돼 있기 때문이다.

세계 금융의 중심지, 미국 뉴욕에서는 도시를 '동부의 실리콘밸리'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가 2011년부터 추진 중이다. 2017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뉴욕 응용과학단지'(Applied Science NYC)는 공과대학을 중심으로 벤처기업 창업 생태계를 만든다는 내용으로 마이클 블룸버그 현 뉴욕 시장은 이 프로젝트를 '게임 체인저'라고 불렀다.

세계 유명대학을 대상으로 공모했던 이 사업은 아이비리그의 명문, 코넬대가 주도하고 있다. 뉴욕 시는 맨해튼과 퀸스지역 사이에 있는 루스벨트 섬 내 시유지 18.5만㎡ (약 5만6천평)의 터를 99년간 거의 무상으로 임대해주기로 했다.

또 1억 달러의 현금 지원과 파격적인 세금 혜택을 준다. 뉴욕시경제개발공사(NYCEDC)의 홍보담당자인 이언 프라이드 씨는 "과학단지에 약 600개의 벤처기업을 유치해 3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라며 "뉴욕 시의 결정에 미국 IT 업계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이 산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대구경북 역시 기술 창업을 통한 혁신이 지속돼야 건전하게 지속성장할 수 있다. 젊은이들이 대기업만 바라보지 않고, 창업을 꿈꾸거나 중소기업에 입사하는 등 다양한 선택을 하는 문화가 시급히 정착돼야 한다.

정부도 국민들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내년부터 창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을 선발, 유망 벤처기업에서 최장 2년간 근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전국 주요 도시에 '창조경제타운'을 조성, 창조경제 패러다임을 지역과 오프라인으로 확산시킨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 최근 논문을 쓰지 않아도 박사학위를 딸 수 있게 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제6차 산업기술혁신계획'을 확정했다.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융합형, 시장형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과 같은 업적을 쌓으면 심사 후 학위를 준다는 것이다.

창조경제를 이룬 지역'국가는 공간적 시간적 클러스터를 통한 집단지능을 창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곳이다.특허법인 '대아'의 정병직 대표 변리사는 "대구경북에서 창조경제가 성공하려면 강한 지식재산권 창출을 위한 R&D 효율화, 중소기업의 지식재산 역량 강화 등의 전략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주민과 사회구성원들의 공감대 형성이 시급하다"며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는 지식재산권 서포터즈 운영, 인식 제고를 위한 지식재산권 교육, 주민 대상 발명경진대회 활성화 등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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